상처투성이 항공업계, 재편은커녕 소송전만 남아

  • 송고 2020.09.15 13:58
  • 수정 2020.09.15 13:58
  • EBN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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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 무산 책임 두고 HDC현산 vs 금호산업 "네 탓"

동국제강 사례 보면 "계약금 소송, 금호산업에 부정적이지 않아"

항공업 M&A 줄줄이 물거품…"미국처럼 상위업체 중심의 구조재편"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M&A(인수·합병)을 통한 항공업계재편은 일장춘몽이 됐다. ⓒ연합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M&A(인수·합병)을 통한 항공업계재편은 일장춘몽이 됐다. ⓒ연합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M&A(인수·합병)을 통한 항공업계 재편은 일장춘몽이 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는 인수 무산 책임과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지리한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HDC현산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일방적 계약 해제 통지에 유감스럽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인수 무산 책임을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돌리면서 2500억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인 금호산업이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금호산업은 인수 무산을 공식화하면서 인수 무산의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산업은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인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거래 관련 계약에 따른 거래 종결 의무 등을 미이행함에 따라 주주 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만큼 날선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초유의 사태가 결국 인수 무산으로 이어진 만큼 소송 승패를 점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과 유사한 동국제강 사례에 비추어 금호산업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8년 동국제강은 금융위기와 건설업 불황 등을 이유로 캠코에 쌍용건설의 인수가 조정과 인수 시기 유예를 요청했지만, 캠코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동국제강은 231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인수대금 1조원 할인까지 제시했던 매각 주체의 의지를 고려하면 산은과 금호산업에 부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가 지난 7월 계약을 해지한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100여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소송을 준비 중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도 인수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체불임금 등 각종 미지급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계약 해제의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에 명시됐던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한 만큼 계약을 해제한 제주항공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M&A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항공업계는 업계 1, 2위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국내 항공업계도 미국 항공산업의 사례처럼 상위업체 중심의 구조재편이 이루어질 전망"이라며 "항공사들은 올해까진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겠으나 현재 보유한 현금 수준, 자금

조달 규모로는 내년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특히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LCC(저비용항공사)업계는 화물 호조의 수혜를 누리지 못하면서 계열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업체 중심으로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재편 과정에서 중단거리 노선의 경쟁 강도는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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