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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신의 역사]①키코의 저주, 현재진행형

  • 송고 2020.09.01 06:00 | 수정 2020.11.26 19:41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생상품 키코 가입 기업 2조2000억원대 손실

금감원 "은행, 기업에 이 상품 적극적으로 팔아…불완전판매에 대해 배상"

시장 "손해배상청구권 시효 지나 배상 불가…권리에 잠자는 자 보호 못해"

"대법원 판결·소멸시효·금감원 분쟁조정 비구속적 속성 등 법적한계 직면"


ⓒEBN

ⓒEBN

사건일지


키코(KIKO:Knock in Knock out) 사태가 터진지 올해로 12년이 됐다. 키코 사태는 한국 경제 뿌리인 중소기업에 직격탄을 가한 사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급변하면서 파생 상품 키코에 가입한 국내 1000여 기업이 2조20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키코 사태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명 ‘키코의 저주’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11곳 은행이 총 1047건의 키코 계약을 맺었고 이중 30%~60%의 기업들이 키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이나 폐업으로 내몰렸다.


이 비율에는 소재를 파악할 수 없거나 2008년 피해를 가까스로 만회한 대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리스크는 은행으로도 전이됐다. 키코 가입 기업들에 대출해준 은행들은 이들 기업이 파산하면서 출자전환한 주식을 시장에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다. 은행들의 손실은 무려 55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키코는 간단히 말해 환율 변동 확률을 토대로 손익을 가늠하는 파생상품이다. 약정환율의 상한(Upper barrier, knock-in)과 하한(Lower barrier, knock-out)을 정한 후 결제를 하는 시점의 환율변동에 따라 손익이 달라진다. 환율이 거래 만일 상한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업이 약정금액의 2배 금액을 시장(높은)환율로 매입해서 약정(낮은)환율로 은행에 매도해야 하고, 하한선 이하로 내려가면 계약은 무효화 된다.


키코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는 게 정설이지만 전문가와 금융당국자들은 금융공학박사들도 단시간 내 파악하기 어려운 이 상품에 중소기업들이 대거 가입한 배경에 주목한다. 파생상품은 전문가도 철저히 공부하고 발을 들이는 확률과 통계의 세계다. 결코 만만하지 않다. 첨단 금융 기법으로 무장한 기관투자가들이 포진해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이 중소기업에 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았다 △은행 측이 상품설명 및 위험성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은행과 중소기업 갑을 관계에서 은행 측이 키코를 끼워팔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이 필요이상으로 오버햇징(overhedging)하는 환투기에 나섰다는 추정들이 제기됐다.


지난한 법정 싸움 결과 2013년 대법원은 '키코가 사기는 아니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불완전 판매 책임이 있다'는 내용으로 판결했다. 이에 은행들은 소송을 제기한 기업에 5~50%씩 배상을 해줬다. 금융권에서는 대법원 판결로 키코 문제가 정리됐다고 간주했다.


이후 정리 수순으로 인식됐던 키코는 2017년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이 '금융 3대 적폐'로 규정하면서 재부상했다. 당시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키코 사건과 최순실의 하나은행 인사개입, '신한은행 남산 3억원' 사건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3개 사건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곳곳의 적폐를 뜯어고치겠다는 취지 아래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꾸렸다.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윤석헌 교수가 현재 금감원장이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키코는 사기 상품"이라는 소신을 가졌고 당시 혁신위는 "기업이 분쟁조정을 통한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경우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와 재발방지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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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9년 7월 실질적인 보상안 검토에 들어갔다. 2013년 대법원 판결에서 빠진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안이다. 그해 12월 13일 분조위는 '키코(KIKO) 사태’ 분쟁조정 권고를 공식화했다.


분조위는 “판매사들이 기업들의 손실액 중 15~41%를 배상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다. 분조위 조사결과 이 상품이 지닌 위험에 대한 뚜렷한 설명이 빠지는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금감원은 "분조위는 은행의 고객보호의무 위반 정도와 피해기업이 투자 위험성 등을 스스로 살폈어야 할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2013년 대법원이 판단한 불완전판매에 대한 판단 기준을 똑같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분쟁조정 대상 피해기업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다. 금감원은 이들의 피해금액을 1490억원으로 추산했다. 피해금액과 배상비율을 바탕으로 산정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시티은행 6억원 순이다.


이 액수는 실제 피해금액 1490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분쟁조정 권고안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금융권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8년 발생한 키코 사태에 대한 분조위 권고안이 11년이 지난 후에 나와서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인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으므로 배상할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었다. 이후 유일하게 분쟁조정안을 수용한 우리은행은 42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은행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아 주목받기도 했다.


나머지 신한·하나·대구은행은 ‘코로나19’라는 명분까지 더해 무려 5차례나 수용 결정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뒤 올해 7월 자율조정 일환의 은행협의체를 구성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배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오는 9월 말까지 키코 자율배상 여부를 알려달라고 시중은행들에게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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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적 쟁점과 평가


1.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요 쟁점


2013년 9월 26일 대법원은 키코 피해를 받은 4개의 기업(세신정밀·삼코·수산중공업·모나미)에 대해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사기 및 착오로 인한 계약 또는 신의성실 원칙 위반의 계약으로서 무효인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이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법원은 키코 계약의 사기성은 부정하면서도 일부 사안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 및 사기 여부에 대해서, 계약의 불공정성의 판단시점은 법률행위 즉, 계약체결시점이며(대법원 2000. 12. 8.선고 2000다20905판결) 계약체결 후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계약당사자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 큰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하여 그 계약이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은 아니므로 키코상품의 구조상 수출기업의 환헤지에 부적합한 상품이라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적합성원칙이란 상대방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권유해야 한다는 금융상품판매의 원칙으로, 법원은 원고가 장기간 다양한 형태의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른 이행을 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 따라 스스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적합성 원칙위반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설명의무의 경우, 금융기관은 일반고객에게 장외파생상품의 거래구조, 위험요소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위험요소 및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주는 거래상 주요정보를 명확하게 설명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또 "파생상품계약 구조와 주요 내용, 고객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발생가능한 손실의 구체적 내용, 손실발생의 위험요소 등이 포함되며 금융기관은 고객이 거래의 주요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수료 구조를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원은 "수수료가 시장 관행에 비해 현저하게 높지 아니한 이상 그 상품구조 속에 포함된 수수료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하여 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 2011다53683, 53690 전원합의체 판결 등)고 보았다.


2.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 오버 헤지와 불완전 판매 인정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은 대법원 판결에서 부인된 계약 불공정 및 사기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고 4개의 분쟁조정신청기업에 대해서 적합성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은행은 기업의 예상 외화유입액, 재산상태, 환헤지의 필요 여부, 거래목적, 거래경험, 당해 계약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의 정도, 다른 환 헤지 계약 체결 여부 등의 경영상황을 파악한 다음, 그에 비추어 해당 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해서는 안되는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했다.


또한 고객에게 배부하는 상품안내장, 위험고지서 등에 레버리지에 따른 위험성을이나 오버헤지시 위험성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이익측면만 부각(키코 상품의 손익을 그래프로 설명하면서 레버리지로 인한 손실확대 구간이나 손실 구간 자체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아 고객이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곤란)해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했다.


(오버헤지란불확실한 미래상황에 대비하여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또는 앞으로 보유하려는 자산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에 대해서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고자 할 때 필요한 계약 이상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3. 금감원 분쟁조정절차의 비구속적 속성의 한계 및 소멸시효


금감원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해 제소기간과 상관없이 배상한 영국과 일본의 사례(영국의 경우, 2013~2016년 이자율헤지상품 1만3936건(전체의 45%)에 대해 21억파운드(한화 3.3조원) 배상, 일본의 경우 201-2017년 외환파생상품 1169건(전체의 76.6%에 대해 20~30% 수준으로 배상)를 들어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금융기관이 소비자를 위해 배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금감원 분쟁조정은 당사자가 수용하면 재판상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지나, 당사자가 거부하는 경우 구속력이 없으므로 금감원이 은행들에게 분쟁조정 권고안을 수용하도록 강요할 법적 근거가 없고, 소멸시효가 도과된 사건에 대해서 배상명령을 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소멸시효의 원리인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되지 못한다’는 법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과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뒤늦게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신청한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한 기업들보다 혜택을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4. 증거의 편재(偏在)와 관련 문제


은행 수수료에 대한 설명의무가 주요 쟁점이 된 사안에서, 기업들은 재판과정에서 은행 측에게 키코 상품의 마진구조와 관련된 핵심자료를 요청했으나 은행을 이를 영업비밀로 보아 거부했고 이를 법원이 인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키코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기록상 설명의무를 인정할 자료가 존재했으나 검찰의 정보공개청구 거절과 거듭된 항소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6개월 후에서야 수사기록이 공개돼 은행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자료가 심리되지도 못했던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2019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검찰은 키코 거래로 은행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는 은행 딜러의 녹취록 등을 확보한 상태였고,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약 2달 전인 2013년 7월 18일 전원합의체 공개변론(변론종결일)에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을 대리했던 로펌 측 변호사가 검찰 수사자료를 확인한 뒤 판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변론을 종결시키고 2달 뒤 그대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법원은 시장의 관행에 비해 수수료가 현저히 높지 않다면 수수료 구조를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으나, 키코상품의 수수료가 일반 환헤지 상품 보다 현저히 높았는지, 이러한 수수료의 차이가 투자여부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에 해당되는지에 따라 금융상품 설명의무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달라지므로 금융기관이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고, 비록 무혐의결정이 내려졌으나 수사기록 역시 공개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5. 시사점


장외파생상품과 같은 전문투자가의 영역에 속하는 상품의 판매와 관련한 법적 분쟁 발생 때에는 금융기관과 매수인간의 정보비대칭이나 사후 분쟁발생시 증거의 편재 등에 따라 매수인은 늘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밖에 없다.


<기존 대법원 판결과 소멸시효, 금감원 분쟁조정의 비구속적 속성>이라는 법적 한계를 뛰어넘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법적 배상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이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여러 개선책이 마련된 것은 환영하며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


이지은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 변호사 / 김남희 EBN 기자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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