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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본시장 의사

  • 입력 2020.08.14 15:09 | 수정 2020.08.14 15:10
  • EBN 김채린 기자 (zmf007@ebn.co.kr)


김재린 기자/금융증권부ⓒEBN김재린 기자/금융증권부ⓒEBN

'황금알, 자본시장의 꽃, 선수들의 장.'


얼핏 듣기에도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는, 투자 가치가 농후해 구미가 당기는 말들이다. 이 말들은 모두 과거 사모펀드의 또다른 이름이다.


국내 사모펀드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집해 저평가 기업에 투자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다.


과거 사모펀드는 소위 죽어가던 기업도 되살리는 능력자였다. 기업 가치가 있지만 재무구조 등이 부실해 휘청거리던 기업도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아 재생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어디까지나 '착한' 사모펀드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그만큼 시장 내 기업의 심폐소생, 옥석가리기에 탁월한 선수들의 장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모펀드만이 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사모펀드는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알펜루트, 옵티머스, 젠투, 금 관련 상품이 환매중단 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잡음 방식도 다양하다.


기초자산으로 잡은 투자처에 문제가 있거나, 운용사의 사기성이 짙거나, 혹은 판매 당시부터 불완전판매 의혹이 있거나 등이다. 안타까운 점은 과거 자본시장 내 순기능 보다 역기능에 치우친 기분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사모펀드 시장은 잡음이 발생하기 쉬운 방향으로 성장해왔다. 최근 사모펀드 시장 성장 추이를 보면 2013년 PEF 28조1000억원, 헤지펀드 144조원이었던 것이 2019년 PEF 61조7000억원, 헤지펀드 416조4000억원까지 성장했다.


PEF 보다 헤지펀드에 치우친 성장세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헤지펀드는 유동성 공급, 다양성 확보 등의 긍정성을 지녔지만 통상 수익 확대에 치우쳐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장교란의 부정성도 지녔다.


사모펀드 잡음은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 성장과 함께 찾아왔다.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개인투자가 가능한 헤지펀드가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창조경제 육성을 위해 전문 사모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자본금 요건도 기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현 정부 역시 완화 기조를 이어왔다. 2018년 9월 금융위원회는 10% 지분보유 규제 등을 전면 폐지하면서 PEF와 헤지펀드의 구분을 사실상 없앴다. 2019년 10월에는 헤지펀드 자산 중 50%를 초과해 투자하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을 폐지하기도 했다.


시장 크기가 성장하자 부작용 덩치도 제법 커졌다. 라임건으로 유명세를 치른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1년간 환매중단된 사모펀드만 해도 총 22개다. 자금 규모로는 5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그간 자산운용시장 내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규제완화로 기준이 모호해진 것도 있고 사모펀드의 덩치가 커지고 나이가 든 만큼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에서였다.


아픈 곳, 부작용이 많아 치료가 필요한 사모펀드 시장에 의사는 부재한 모습이다. 환자의 퇴원 의지도 부족하다. 사모펀드 시장 판매사, 운용사, 수탁사, 관리사 등은 서로를 탓하고 자본시장 내 질서를 잡아야 하는 금융당국은 과거 환자리스트 중에 중증 환자가 있었는지 찾겠다고 나선다. 병원 입원실은 한정적인데 환자만 늘어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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