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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균 육개장'으로 까발려진 농협하나로마트 후진성

  • 입력 2020.07.16 14:51 | 수정 2020.07.16 16:52
  • EBN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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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일. 이날은 농협하나로마트 자존심에 금이 간 날이다. PB제품(자체브랜드) 사업을 키워오던 하나로마트의 '오케이쿡'(OK! COOK) 한끼 육개장 가정간편식(HMR)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식약처 식품안전나라는 이날 '세균발육' 양성을 근거로 해당 제품의 판매 중단·회수 조치를 공식 고시했다. 유통기한이 2021년 2월15일로 표기된 제품에 한해서다.


교동식품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형태로 제조·공급하고 농협하나로마트가 전문유통판매를 맡은 '한끼 육개장'은 멸균제품이다. 당연히 세균 발육이 없어야 맞다. 그럼에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유통기한 동안 음식물에서 세균이 안정적으로 증식한다는 얘기와 다름 없다.


그런데 이로부터 약 두 달 후, 절대로 시중에 판매돼선 안 되는 이 제품은 서울 중랑구 내 하나로마트에서 팔렸다. 소비자에게 세균이 검출된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다 적발된 셈이다. 농협하나로마트 본사는 본지 취재 후에야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인지했다. 농협하나로마트 측은 회수 조치가 내려진 당시(5월 1일) "해당 매장이 리뉴얼 중이었다"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보통 식품안전나라에서 판매 중지·회수 조치가 내려진 제품들은 현장에서 결제 시 차단은 물론, 구매 가능 목록에서 자동으로 걸러진다. 하지만 이날 구매한 '한끼 육개장'은 정상적으로 전산 처리가 이뤄지며 온전히 소비자의 소유물이 됐다.


공식적인 회수 조치 직전까지 이미 팔려나간 물량도 문제다. 식약처에 따르면 문제의 한끼 육개장(유통기한 2021년 2월15일 제품)은 총 4985(kg)이 생산돼 전량 전국으로 출고된 상품이다. 하지만 회수 시점 당시 유통재고량은 982(kg)에 불과했다.


이미 4000(kg)에 달하는 물량이 적발전까지 불특정 다수 소비자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뜻이 된다. 물론 식약처의 제재가 이뤄지기 전까지 세균 발육의 유무를 모를 수 있다고는 하나, 이후 두 달 동안 회수 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빈틈'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농협 각 물류센터에서 일괄 전량 회수 후 제조사인 교동식품으로 돌아갔어야 할 제품들은 리뉴얼 작업을 거치던 중랑구 특정 하나로마트에서 두 달 동안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각 오프라인 매장 내 제품 리스트를 보여주는 하나로마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에서도 '매장 방문 구매 상품입니다'이라는 문구 이외엔 판매 불허나 회수 조치 중이라는 정보 알림도 연동돼 있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재고 관리 부실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농협은 농업생산력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난 1961년 설립된 후 조직, 관련 사업 등 외연을 크게 키웠다. 특히 우리 농산물을 51% 이상 취급한다는 이유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대상에서도 제외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안타까움을 넘어 배신감 마저 든다.


즉석조리 제품 라인업을 주로 다루는 오케이쿡은 농협이 자랑하는 가정간편식 PB브랜드다. 최근엔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한 볶음밥, 김치전, 한끼잡채 등 1억원 규모의 오케이쿡 8종을 선적해 대만으로 첫 수출을 하기도 했다. PB제품 자체 브랜드 육성을 위해 내부적으로도 힘을 주고 있는 사업 카테고리로 읽히는 대목이다.


현재 여러 식품사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유통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농협하나로마트는 이제라도 철저한 위생관리 감독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숱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섬김경영을 소중한 경영이념으로 삼아 '진심을 팔고 안심을 사겠다'는 슬로건을 들고 우기니 다시 묻겠다. 농협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이 구호는 아직 유효한가. 해답은 농협하나로마트 스스로의 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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