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우조선, 세계 최대 컨선에 디지털 옷 입히다

  • 송고 2020.07.06 10:08
  • 수정 2020.07.06 10:10
  • EBN 이돈주 기자 (likethat9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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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도 선박 독자 개발 기술 집약

시흥 등 연구센터에선 미래 대비 속도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HMM) 함부르크호가 지난 3일 출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EBN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HMM) 함부르크호가 지난 3일 출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EBN

[거제=이돈주 기자] "이 선박 이후 2척의 선박을 끝으로 에이치엠엠(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모두 조선소를 떠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내에 떠있는 3척의 초대형 컨선을 바라보던 대우조선 관계자의 목소리엔 아쉬움과 섭섭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3일 오전 옥포조선소에서는 당일 오후 인도가 예정된 2만4000TEU급 HMM 함부르크호 인도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 선박은 지난 2018년 HMM이 대우조선에 발주한 초대형 컨선 7척 중 5번째 선박이다. 당시 HMM은 정부로부터 약 3조원을 지원받아 컨선 20척을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에 분산 발주했다.


선박은 역대 최대 크기의 명성에 걸맞게 대우조선이 자랑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집약됐다. 특히 디에스포(DS4)라는 대우조선 독자 개발 스마트십 솔루션이 적용됐다.


DS4는 선주가 육상에서도 항해 중인 선박의 주요 시스템을 원격으로 진단해 선상 유지 및 보수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또 최적 운항경로를 제안해주는 스마트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스마트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이 탑재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향후 수주하는 선박에 대해서 디지털 기술을 기본사양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운항 중인 선박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해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사이버 보안 기술이 적용됐으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도 장착했다.


향후 환경규제 강화를 대비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LNG 레디 디자인으로 설계된 점도 특징이다.


지난 2019년 1월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내 설립된 슬로싱 연구센터 전경.ⓒEBN

지난 2019년 1월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내 설립된 슬로싱 연구센터 전경.ⓒEBN

대우조선이 이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할 수 있었던 데에는 2018년 12월 개소한 서울대학교 시흥스마트캠퍼스 내 연구개발(R&D)센터가 한몫했다.


센터에서는 디지털 기술뿐만 아니라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LNG 등 친환경 분야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향후 서울대학교와 미래해양기술 클러스터를 설립해 교육과 인재양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대우조선의 선박 연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흥 R&D센터 설립 이후 한 달 뒤인 2019년 1월 옥포조선소 내에 슬로싱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슬로싱이란 수조나 탱크 등 용기에 담긴 액체가 진동하며 그 용기가 받게 되는 충격을 말한다. 특히 액화된 천연가스가 담긴 화물창을 운반해야 하는 LNG선의 경우 슬로싱 현상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연구소에서는 선박으로 운송 중인 LNG가 화물창 벽을 때려 손상을 주는 현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슬로싱 현상이 선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파도의 영향으로 흔들리는 컨선의 중심을 잡는데 쓰이기도 한다. 이를 위해 선박 중심부에는 안티롤링 탱크가 적용된다. 대우조선이 HMM으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컨선 7척에도 모두 이 탱크가 탑재됐다.


센터에서는 안티롤링 탱크의 슬로싱 현상 연구를 통해 컨선 효율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탱크 연구만으로도 쌓을 수 있는 컨테이너 층고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컨선 대형화 추세로 나아가고 있는 해운 시장에서 대우조선의 특별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글로벌 조선소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연구 끝에 높은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꾸준한 기술개발만이 다가오는 미래 선박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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