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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고 上] 판매사 책임 어디까지

  • 입력 2020.07.05 10:00 | 수정 2020.07.03 21:31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판매사도 피해자, 모든 책임 떠안는 것은 과도" vs "100% 보상 반갑지만, 범위 협소"

내부 논의 거쳐 100% 배상 결정 수락여부 결정…"법원 판단 받아보자" 소송 가능성

금감원이 펀드 투자금을 굴린 자산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에 책임을 묻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금융사와 소비자들 사이에 2차 파장이 일고 있다. ⓒ라임CI펀드 피해자연대금감원이 펀드 투자금을 굴린 자산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에 책임을 묻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금융사와 소비자들 사이에 2차 파장이 일고 있다. ⓒ라임CI펀드 피해자연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사상 처음으로 원금 전액 배상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이 펀드 투자금을 굴린 자산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에 책임을 묻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금융사와 소비자들 사이에 2차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사는 전액 배상 결정이 과도하다는 것은 물론 이번 결정이 향후 다른 사모펀드의 배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은 100% 배상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적용 시점을 더 확대해야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열린 분조위에서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란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도의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계약 자체를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분조위에 따르면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 원금의 상당 부분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으며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신영증권 등 5개사는 투자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금감원의 권고에 "내부 논의를 거쳐 수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금감원의 분쟁 조정 결과는 금융회사가 조정안을 전달받고 20일 안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판매사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 금감원의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이번 일이 전례가 돼 향후 사모펀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판매사가 계속해서 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향후 분쟁 조정 과정에서 이번 결정이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액 보상 결정 자체가 부당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운용사가 투자제안서를 허위기재해서 판매사에 전달한 것이 문제인데 모든 책임을 판매사가 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단순히 운용사의 투자 제안서를 그대로 설명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론 판매사가 투자제안서와 운용사 자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부분도 과실이 있지만, 이 부분도 현행법상 판매사가 자산운용사를 검증할 수 있는 권한은 몹시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투자자들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번 조정안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플루토 TF-1호에 대한 결정으로,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판매사가 권고안을 수락할 경우 반환되는 금액은 약 1611억원으로 이는 라임자산운용이 판매한 펀드 1조67000억원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신한은행라임CI펀드피해자연대'는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판매사가 수용할 경우 피해자 전원에게 배상해야 하므로 금감원의 계약 취소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전액 배상 권고안이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무역금융펀드에만 한정돼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반응은 앞으로 손실이 난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원금 보전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금융권의 우려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연대는 "그동안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최대 배상율은 은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 80%배상(DLF)이 최대였지만, 이번 결정으로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판매사에게 전액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선례가 됐다"며 "금감원은 이번 라임사태 '100% 배상 결정'을 선례로 여전히 산재해 있는 사모펀드 사태 해결 과정에서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길 촉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조정안은 강제성이 없어 판매사가 이를 수락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판매사들은 "결정문을 수령한 후 법률 테두리 안에서 고객들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진과 이사회에서 법원으로 가서 판단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20일 이내 판매사들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결국 투자자들은 소송을 통한 구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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