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 대처 미흡·방역 수칙 불이행…쿠팡 물류센터 집단 감염 확산

송고 2020.05.28 14:17 | 수정 2020.05.28 14:21
EBN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부천 관련 확진자 69명…고양서도 확진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쿠팡 물류센터의 방역망이 부천에 이어 고양까지 뚫리면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1명에 그쳤으나, 쿠팡의 부천 물류센터에서는 14명까지 확진자가 늘면서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는 쿠팡의 안이한 대응과 방역 수칙 불이행을 집단 감염의 주효한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4명이며,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총 69명까지 늘었다. 전날 오후 5시 확진자가 30명까지 늘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하루 새 2배 이상 확진자가 속출한 셈이다.

여기에 이날 오전 쿠팡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사무직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방역 당국과 업계에서는 쿠팡 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이유를 사태 초반 쿠팡의 '안이한 대처'를 꼽고 있다. 쿠팡은 지난 23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물류센터 운영을 강행하다가 이틀 후에서야 물류센터를 폐쇄했다. 여타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확진자 방문으로 점포를 즉시 폐쇄하고 방역 조치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회사 측은 물류센터 근무자들에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 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 근무자 A씨는 "24일 출근해서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들었다"며 "(부서장이) 근무시 마스크 착용을 해야될 거라는 정도로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류센터 근무자들에 따르면 최근 무더워진 날씨로 마스크를 벗지 않고 계속 착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기본적인 이 방역 수칙부터 준수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또 쿠팡 물류센터 구조 특성상 다수의 인력이 모여 동시다발적으로 업무를 진행한 점도 확진자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24일 하루에만 1300명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날 확진자가 발생한 마켓컬리 장지 상온1센터는 지난 24일 하루동안 300명이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천 쿠팡 물류센터 근무자의 4분의 1수준이다. 김포에 3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SSG닷컴도 통상 하루 근무 인원은 300~35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확진자 발생으로 택배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포가 확산되자, 마켓컬리는 방역 불가한 상품에 대해 전량 폐기하겠다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반면 쿠팡은 현재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 "물류센터는 직원들끼리 접촉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피킹·패킹하러 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데 감염자가 있으면 그 동선을 따라 움직였을테니 전파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켓컬리가 확진자 발생 후 방역 불가한 상품을 전량 폐기하겠다며 고강도 대책을 강구한 반면 쿠팡은 초기에 사태 대응에 있어 안이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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