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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에도 변함없던 '매수'리포트…왜

  • 입력 2020.05.27 14:30 | 수정 2020.05.27 14:31
  •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국내 증권사 32개사가 분석한 기업 리포트 중 매수 의견은 88%...매도 비율 0.08% 수준

"언론과 연구소 등 주기적으로 증권사 리포트 분석하고 견제하는 역할 맡아야" 조언도

ⓒ픽사베이ⓒ픽사베이

최근 주식 투자를 고민하는 직장인 J씨(32·여)는 지난 3월 코스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할 당시 증권 기사를 읽고 의아했다. 뉴스에서는 코로나19로 실물 경제도 기업 실적도 부진할 거라는데 왜 증권사 기업 리포트는 온통 '매수' 일색인 걸까.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리포트가 관행처럼 이어지면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향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매수 권고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언론과 연구소 등이 주기적으로 증권사 리포트를 분석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31일까지 국내 증권사 32개사가 분석한 기업 리포트 중 매수 의견은 약 8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도'를 권고 비율은 약 0.08% 수준에 그쳤다.


주요 증권사의 리포트 '매수' 권고 비율은 교보증권이 97.6%로 가장 높았다. 이어 키움(96.6%), 신한금융투자(94.9%),미래에셋대우(94.6%),이베스트투자증권(94.4%),한화투자증권(93.4%), 하이투자증권(91.6%), 한양증권(91.3%), 하나금융투자(90.0%) 등이 뒤따랐다.


증권사들의 매수 일색 리포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는 사업 활동 반경을 과거 '리테일' 중심에서 최근 투자은행(IB)와 법인 영업 등으로 늘려가고 있다. 고객사 컴플레인에 취약한 만큼 객관적인 기업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초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질수 밖에 없는 구조로 성장 했다"며 "실제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매도 추천 리포트를 내면 기업 설명회나 탐방 출입 금지를 당하는 경우도 더러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정작 기업분석 리포트를 일반 사람들보다 기관 투자가들을 위한 것으로 여긴다"며 "직접 매도 추천 리포트를 발표하긴 힘들지만, 대신 기관 투자가들은 구분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한다"고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국내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수 추천의 늪'에서 자유롭다. 실제로 같은 기간 도이치증권(19.4%), 맥쿼리증권(12.2%),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10.9%) 등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는 국내 증권사 대비 높은 '매도율'을 보였다.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간 리포트 '매도율'의 차이는 애널리스트의 담당 섹터 차이에서 기인한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산업별 섹터를 세분화하고 이에 속한 기업을 전담한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개 광범위한 섹터를 제약 없이 취재한다.


과거 K증권사 출신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유통, 화장품, 반도체, 가전처럼 자신이 맡은 분야가 세분화 되어 있고 전담 기업들의 보고서 만을 써야 한다"면서 "자신이 맡은 기업의 셀(Sell) 리포트를 쓰는 순간 해당 종목을 포기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 더 이상 해당 기업으로부터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자신의 핵심 아이템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라고말했다.


이어 "반면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담당 영역을 '내수 애널리스트'와 같이 음식료, 유통, 패션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를 맡게 된다"며 "애초 담당 영역이 넓은 만큼 매도 리포트를 낸 후 기업과 갈등이 생긴다면 다른 기업을 취재하면 그만"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 세력의 지속적인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 관행은 업계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 매출액 증가 방편으로 이용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며 "언론과 연구원이 증권사 리포트를 주기적으로 분석하면서 증권사 리포트 관행이 바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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