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미래 가능성보다는 문제점만 이야기합니다. 리스크를 사전 차단하는 법과 제도 때문에 일을 벌이기 어렵습니다. 샌드박스는 문제점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무게를 두겠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상의회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박용만 회장, 기업인들이 모여 국내 첫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을 진행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지난 1월 발표된 ‘규제 샌드박스 발전방안' 후속조치다.

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번에 본격 시행된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불합리하게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이 자리에는 김성수 국무총리비서실장,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계부처 차관들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기웅 위쿡 대표, 변창환 콰라소프트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참석했다.

영국·미국·일본은 정부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샌드박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민간에 새로운 채널을 통해 제도혁신을 꾀하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현판 대신 대형 스크린 통해 “문제점보다 미래 가능성 보자”

출범식장에 현판은 없었다. 상의는 로비에 110인치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설치했다. 총리와 기업인들이 태블릿 버튼을 누르자 ‘미래를 여는 길, 샌드박스’ 영상이 상영됐다.

‘샌드박스를 통해 1년새 2배 성장했다'는 공유 주방 기업, ‘6년 개점휴업 끝에 사업을 시작하는 핀테크’, ‘장애인에게 IT기술을 제공한 따뜻한 기업’ 등 사례를 통해 구제도에 얽매인 혁신적 사업모델에 빛을 주겠다는 ‘영상 감독’ 박용만 상의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

박 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을 벌이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지만 위험을 사전 차단하는 제도로 인해 시도 자체가 막히거나 사업모델이 마름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샌드박스가 젊은이들에겐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는다. 국회 입법이 무산되거나 소극 행정에 사업이 막히면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바로 샌드박스"라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문제점보다는 미래 가능성을 우선 평가해 일을 벌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는 신속한 심사와 승인 절차를 비롯 특례로 검증된 부분은 중대한 위험이 없다면 상시 허용되도록 제도화하는데 힘 써달라”고 언급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속도가 생명인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바로 샌드박스”라며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박용만 회장이 먼저 샌드박스의 성공을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정부가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이라는 또 하나의 혁신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총리는 “기업의 혁신이 모이면 국가 혁신이 이뤄진다”며 “비대면 산업과 디지털 인프라가 핵심인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혁신 서비스 쏟아져 디지털경제 전환 가속화 기대”

출범식에 이어 정 총리 주재로 현장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샌드박스 관련 기업 9개사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샌드박스를 위한 정부와 대한상의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더 많은 혁신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서울상의 부회장)은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설치로 기업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져 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김기웅 위쿡 대표는 “공유주방 허가로 전통산업인 식음료 산업에 혁신의 물꼬가 터졌다”며 “샌드박스 특례 후 연매출은 두 배 뛰고, 푸드메이커 창업비용은 1억에서 4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 직접고용 허가를 받은 한정훈 홈스토리생활 대표는 “정규직 가사도우미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의 임금‧고용‧안정 해결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원센터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자 차별점은 기업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며 “기업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정부와 소통 간극을 좁혀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과기부·금융위, 샌드박스 全산업 분야 접수 가능

대한상의는 출범식 이후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상의에 신청된 과제는 상의 사무국과 컨설팅, 변호사로 구성된 전담팀이 투입돼 1대1 상담을 제공한다.

각종 신청서 작성은 물론 사업성‧기술성에 관한 컨설팅과 법률 자문, 부처협의, 사후관리까지 제공한다.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1억2000만원의 실증특례비와 1500만원의 책임보험료도 지원한다.

상의 지원센터는 법령에 근거한 국내 유일의 민관 합동 지원기구로 산업부의 산업융합 샌드박스, 과기부의 ICT융합 샌드박스, 금융위의 금융 샌드박스 등 全산업 분야로 접수가 가능하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홈페이지(http://sandbox.korcham.net)나 지원센터(02-6050-3000~2)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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