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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만평] 유채꽃 유죄·벚꽃 벌금의 시대

  • 입력 2020.04.09 10:04 | 수정 2020.04.09 10:28
  •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아름답게 핀 봄 꽃이 죄악시되는 세상이네요."

최근 만난 산업계 한 관계자의 마스크 속 읊조림이다. 제주 서귀포시가 코로나19 여파에도 녹산로 유채꽃을 보기 위해 상춘객이 몰려들자 유채꽃밭을 갈아엎었다는 소식 때문.

예년같으면 4~5월 신혼부부 기념촬영 배경으로 향기를 뿜었을 샛노란 유채꽃이 트랙터 바퀴 밑으로 처참히 녹았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아예 취소됐다. 국회 후문쪽 벚꽃이 만개한 통행길을 일부 차단하고 인근 버스 정류장도 당분간 폐쇄한다. 벚꽃을 보려고 통행금지 된 길에 들어서면 경찰관이 딱지를 끊을 판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춘투(春鬪)라 하여 철강·화학·자동차 등 중후장대 업종 일부 강성노조는 봄철에 머리띠를 졸라매고 공장을 멈추겠다며 임금·단체협상을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쇼크로 경영이 악화되자 노사가 힘을 모아 보릿고개 극복에 손을 잡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소비자물가지수 연동' 임금교섭을 통해 창사 이래 최저 수준(0.4%) 인상에 합의했다. 금호석유화학은 1사 3노조 형식을 갖추고 있음에도 올해까지 33년간 무분규 임금합의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 임원들은 코로나 사태로 악화된 경영환경 대응 차원에서 자진 급여 반납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가적 어려움과 산업 전반의 고통을 분담하려는 취지"라며 "임원들부터 자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의지"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채용에 온라인 비대면 화상 면접을 보고, 기업 간 업무협약을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시대다. 고급마스크가 접대용 선물로 등장했다. 어떤 가수는 앨범을 유튜브로 홍보하고 사인을 택배로 보내준단다.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에 빗대 2020년생부터 '코로니얼(coronial)' 세대로 분류해 마케팅에 접목해야한다는 우스갯 소리나 나올 정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를 '뉴 노멀(New normal) 시대'라고 한다. 세계 경제에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고, 그것이 표준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경제학자들은 코로나 사태의 각종 현상을 '뉴 노멀'을 넘어선 '초불확실성(hyper uncertainty)의 뉴 앱노멀(New abnormal)' 시대로 칭한다. 유채꽃밭을 갈아엎고 벚꽃길을 폐쇄하니 이보다 더 '비정상(abnormal)'일 수가 있나.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가장 큰 위험인데,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고 말한다. 벚꽃이 떨어질 때 코로나 바이러스도 뚝 떨어지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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