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불황 속 투자 확대 자신감

  • 송고 2020.04.08 14:59
  • 수정 2020.04.08 14:59
  •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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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휘발유 재공략, 초저유황선박유 관련 신기술 개발

고도화율 국내 정유사 중 최고…6월 주유소 인수 마무리

현대오일뱅크가 정유업계 불황 속에서도 고급휘발유 확대, 친환경 선박연료 특허 출원, 주유소 인수 등 정유사업에 투자를 늘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고도화설비율을 보유하고 있어, 최악의 정유 시황에서도 마진 확대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고급휘발유 브랜드 '카젠(KAZEN)'을 최근 다시 선보였다. 현재 10%인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젊은층 중심으로 수입차 선호현상이 강하게 형성돼 있어 고급휘발유는 자동차 연료 중 유일하게 수요가 증가하는 제품"이라며 "국내 고급휘발유 시장은 매년 15.5%씩 성장 중"이라고 확장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가 고급휘발유 시장 재공략을 결정한 건 정유시황이 악화한 지난 2월이었다. 정유사업을 선뜻 확장하기 어려운 시점에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배터리, 화학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해가는 다른 정유사들과 달리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 확장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혼합유분 안성정을 저해하는 아스팔텐 성분을 독자적인 용제처리 방법을 통해 완벽히 제거하는 신기술을 개발, 초저유황선박유(VLSFO) 생산공정에 적용하기도 했다.

특히 혼합유분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다양한 유분을 폭넓게 배합하게 된 점이 높게 평가된다. 초저유황선박유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 현대오일뱅크는 초저유황선박유 장기 물량을 다량 확보했다.

VLSFO는 기존 선박유보다 약 30%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코로나19로 초저유황유 수요가 전망치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2분기부터는 하루 1억6000만 달러 시장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이처럼 정유사업에 투자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40.6%에 달하는 높은 고도화율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 평균 고도화율인 34.5%를 크게 상회한다.

정유사들은 고도화설비로 원유 정제 후 남는 벙커C유 등을 재처리해 휘발유나 등·경유와 같은 경질유를 얻는데, 이때 고도화율이 높으면 보다 많은 경질유를 생산할 수 있다.

같은 양의 휘발유를 생산해도 효율이 높은 것이다. 이로 인한 정제마진 개선효과는 연간 1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하락한 현 시점에도 현대오일뱅크가 받을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다.

정제마진 악화로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39.6%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을 기록한 반면,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 감소율은 21%에 머물렀다.

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

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

현대오일뱅크는 내수 시장이 회복한다고 판단, 최근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를 결정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부지를 인수하고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임대하는 식으로, 절차는 오는 6월 마무리된다.

일각에서는 1조3321억원에 달하는 인수액이 현대오일뱅크가 조달하기에 무리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부담하는 금액은 주유소 임대에 관한 보증금과 월세 정도여서 지난해 순이익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5220억원, 당기순이익 2139억원을 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미국은 30~40%정도의 수요 감소폭을 보이지만, 국내 시장은 이보다 완화한 수준이어서 내수 시장에 주력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며 "SK네트웍스 주유소는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인프라 사업 확장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 주유소 302개소 인수를 마치면,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보유 기준 업계 2위로 오르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셀프스토리지와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 물류와 대체연료 기반 신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 이번 주유소 확장으로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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