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테크上] 앞당겨진 비대면 금융시대…사이버보안 숙제 안아

  • 송고 2020.03.29 10:00
  • 수정 2020.03.30 09:03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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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확산…카드업계선 현대카드가 VDI 선제적 구축 "빛 발해"

대면비중 큰 보험사, 모바일 청약·비대면 현장입회 등 '디지털화'

"금융보안, 금융안정 영향 미칠 수 있는 중요 고려사항으로 부각"

언택트 시대로의 변화는 금융사의 영업 행태를 근본부터 변화시킬 전망이다.ⓒ픽사베이

언택트 시대로의 변화는 금융사의 영업 행태를 근본부터 변화시킬 전망이다.ⓒ픽사베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택트(비대면) 금융시대의 도래를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 내부적으로는 재택근무 도입이 빠르게 이뤄졌고, 소비자 사이에선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금융상품 이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BC카드는 전 직원의 50%가 VDI(가상 데스크톱 인프라) 환경을 바탕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중이다. 신한·삼성·KB국민·롯데카드 등도 직원 순환 재택근무에 VDI 환경을 활용하고 있다. VDI란 데이터센터 서버에 가상의 PC를 만들어놓고, 어디서든 자신의 PC처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현대카드는 2013년 카드업계 최초로 VDI를 구축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어디엔가 숨어있을 지 모르는 개인정보를 확실히 관리하고 천재지변을 대비해서 개인용 PC를 다 없애고 가상공간 시스템으로 바꿨던 것인데 바이러스 사태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모바일 플랫폼 '신한페이판'은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친구나 지인에게 돈을 보낼 수 있는 '마이송금'을 개시했고, 6월 말부터는 월세 카드 결제도 지원한다. BC카드는 IBK기업은행, 국군복지단과 함께 국내 육·해·공군 부대 기지 내 매점(PX)에 페이북 QR결제 서비스를 적용했다.

대면영업이 절대적인 보험업계에서도 디지털화가 확산하고 있다. DGB생명은 2월 한달 간 고객들의 가입 채널을 분석한 결과 신규 고객 중 모바일 청약으로 가입한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7%로 나타났다. M스마트를 활용하면 보험가입과정을 모바일에서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한이 없고 절차도 간편해 설계사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최근 업계 최초로 직접 면담을 하지 않고 고객 및 정비업체와 고화질 영상전화 통화망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사고현장에서 출동을 요청하는 고객에게 LTE·5G 기반 영상통화로 즉시 보상전문가가 비대면 현장입회활동을 시행한다. 이로써 사고현장 출동요청 서비스의 주된 불만사항인 지연출동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언택트 시대로의 변화는 금융사의 영업 행태를 근본부터 변화시킬 전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은행 업무는 이미 상당부분 비대면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일반 송금과 같은 은행업무의 91%를 온라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예금 인출 등 ATM을 통해서 이뤄지는 비중도 30%에 달한다. 환전도 온라인에서 신청한 후 지정한 ATM에서 자금을 인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매니저 1명만 위치하는 무인점포인 '디지털셀프점' 지점을 개설했다. 신한금융지주의 뱅킹 앱 '쏠'은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해 일주일 후 계좌 잔액을 예측해 보여주는 입출금잔액예측 서비스, 신용정보 조회 및 비대면 대출상품 예상 한도를 제공하는 마이신용관리 등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언택트 시대의 가속화는 고객들의 상품 니즈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은행은 오프라인 부동산 중심의 부동산담보대출 관행에서 탈피, 온라인에 보다 특화된 매출채권 담보대출 같은 상품에서의 역량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증대되는 사이버 위험 노출은 금융사들이 풀어야할 과제다. 해커들은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이슈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이메일·문자를 발송해 PC, 스마트폰 등에 악성코드를 감염시키고 정보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 개인이나 특정 기관의 관련 정보·특성 등을 미리 파악해 그 대상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로 이메일 등을 발송하는 '스피어피싱' 공격도 두드러지고 있다.

에이온(Aon)과 인슈어런스 저널(Insurance Journal)에 따르면 사이버보안을 고려하지 않는 재택근무 시행은 기업의 사이버 위험 노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기업은 재택근무기간 중 기업의 사이버 위험을 낮추기 위해 사전 시스템 점검과 직원 교육이 필요하며, 사이버보안 컨설팅이나 사이버보험 가입을 통한 사이버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최근 국경 없는 사이버 공격은 지속적으로 진화 중이며, 신기술 활용에 따른 디지털 금융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며 "과거 IT리스크 차원에서만 관리되던 금융보안은 금융안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고려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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