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부지·왕산레저 이어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땅도 매각 결정
조현아 핵심 사업인 LA 호텔도 사업성 검토…"대한항공으로 복귀 말라는 것"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을 대폭 정리한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이어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도 팔기로 한 것이다. 이 부지들과 호텔·레저사업은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주력했던 사업이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서 '땅콩 회항'의 장본인인 조 전 부사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은 7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강화 등에 관한 안건을 의결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을 결정한 데 이어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매각키로 했다.
또 한진그룹은 미국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 그랜드하얏트인천 등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향후 방향성을 정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이 매각을 결정한 자산들은 모두 조 전 부사장과 연관이 깊은 사업들이다.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는 조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시절부터 7성급 호텔 개발 계획을 주도해왔던 사업 자산이다. 송현동 부지의 가치는 5000억~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트사업을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부사장이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도 지난 2008년 조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에 재직할 당시 인수한 것이다.
사업성 검토 대상에 오른 LA 윌셔그랜드센터도 마찬가지다. 월셔그랜드센터는 지난 2014년 조 전 부사장 건의로 재개발 사업이 이뤄졌고 1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다. 그랜드하얏트인천은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4개 호텔 중 하나다.
조 전 부사장이 맡았던 호텔·레저사업 중 상당 부분을 매각하고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월셔그랜드센터마저도 사업성 검토 대상에 올린 것은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 흔적 지우기를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그룹 사정에 밟은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이번 호텔·레저사업 구조조정은 두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며 "LA 월셔그랜드센터 등도 검토 대상으로 밝히면서 '이것들도 팔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와 장기적으로 호텔·레저사업을 구조조정해서 넘겨줄테니 그룹의 주력인 대한항공으로는 경영 복귀하지 말라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호텔·레저사업 구조조정은 조 전 부사장과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을 의식해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사업성 검토를 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호텔·레저사업은 누적 적자 심화로 개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LA 월셔그랜드센터는 개관 이후 누적 영업손실이 2000억원에 달한다. 칼호텔네트워크도 지난 2014년 이후 5년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부채도 2663억원에 이른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