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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싸움이 발목"…정유·화학·배터리 '노마진' 이유

  • 입력 2020.02.07 06:00 | 수정 2020.02.07 08:05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화학 스프레드 전년 대비 40~50%↓

석유제품 역마진 발생, 팔수록 손해

배터리 서구시장 장악하고도 저가 수주

ⓒLG화학ⓒLG화학

정유, 화학, 배터리 업계가 공통적으로 마진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마진 악화가 다름아닌 국내 업체들끼리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합은 안되지만, 적절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정유 및 화학업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석유제품과 주요 화학제품의 마진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업체들의 실적도 악화됐다.

1M 레깅 기준 2월 첫째주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211.3달러로, 1년 전 대비 59.4% 감소했다. 프로필렌 스프레드는 281.3달러로 1년 전 대비 28.2% 감소했고, 부타디엔 스프레드는 341.3달러로 1년 전 대비 48.7% 감소했다. PX 스프레드는 157.3달러로 1년 전 대비 73.4% 감소했고, MEG 스프레드는 -1.8달러로 1년 전보다 101.1% 감소했다.

에틸렌은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에틸렌 생산량은 곧 그 나라의 화학산업 규모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연간 울산단지 166만톤, 여수단지 436만톤, 대산단지 377.5만톤이 생산돼 총 979.5만톤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며, 세계적으로도 미국, 중국, 사우디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업계에선 최근의 화학제품 마진 악화가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원인도 있지만, 공급과잉을 더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공급과잉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의 임지수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2020년 석유화학산업 세미나'에서 "공급이 과잉되면 중국이나 일본 업체들은 가동률을 낮춰 생산을 조절하는데, 한국 업체들은 과거 승리 경험을 바탕으로 가동률을 낮추지 않는다"며 "결국 최근의 마진 악화는 한국 업체들의 경쟁적인 가동률에 있다"고 꼬집었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지난해 1조41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 95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8.8% 감소했다. 한화솔루션 기초소재부문은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 179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정유업계는 아주 심각한 저마진을 겪고 있다.

2월 첫째주 1M 레깅 기준 석유제품 스프레드는 배럴당 휘발유(옥탄가 92) -3.1달러, 경유(황함량 0.05%) 0.9달러, 등유/항공유 0.6달러, 나프타(1H) -11.1달러 등 역마진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하루 총 327.4만배럴의 정제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규모이며, 세계적으로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은 5위 수준이다. 2017년 일본도 앞질렀다. 여기에 평균 고도화율 35%를 더하면 총 정제능력은 440만배럴에 달한다.

국내 소비량이 하루 280만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업계는 총 생산량의 35~40% 가량을 수출해야 한다. 최근 역마진 사태로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만 늘어나기 때문에 업계는 정제가동률을 낮춰 생산을 줄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정유사업에서 7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정유사업에서 1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1.3%를 보였다.

배터리 마진도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배터리사업에서 445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ESS 화재 대책비용을 제외하더라도 3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2018년 2092억원 영업이익보다 대폭 감소한 것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영업이익 462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5.4%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배터리사업에서 112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 점유율은 각각 14.2%, 5.5%, 2.7%로 총 22.4%에 달한다.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26.7%)과 4위 BYD(6.2%)가 모두 중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업체의 미국과 유럽시장 점유율은 독보적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업체끼리 저가 수주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 단가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짐작으로만 알 수 있지만, 과연 저 단가에 계약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낮은 수준의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제 살 깎아먹는 저가 수주는 지양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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