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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업계의 탄식 "이제 한국 시장은 끝났다"

  • 입력 2019.12.18 13:00 | 수정 2019.12.18 15:35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2017년 8월 화재 이후 현재까지 수주 중단

충전요금 할인 내년 일몰, REC 가격하락 타격

"일관되지 못한 정책이 에너지신산업 망쳐"

경산변전소에 위치한 주파수조정용 ESS설비.ⓒ한전경산변전소에 위치한 주파수조정용 ESS설비.ⓒ한전

한때 최고의 에너지 신사업으로 총망받던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이 국내 수주가 뚝 끊겨 큰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까지의 수주 중단은 잇따른 화재 사고가 배경이었지만, 2020년 이후로 충전요금 할인제도가 폐지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아예 수주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ESS업계에 따르면 2017년 8월 ESS설비 화재가 처음 발생한 이후로 현재까지 국내 수주는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국내 설치된 ESS설비는 신재생에너지 연계 778개, 전력 수요관리·비상발전 등 712개 등 총 1490개이다. 이 가운데 2017년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총 28개의 ESS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018년 12월 1차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민관합동 조사위원회는 올해 6월 결과 발표에서 배터리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보호 및 관리체계 미흡 등 주로 설치 및 관리 부실에 화재 원인이 있다고 봤다.

이후로 삼성SDI와 LG화학이 자사 배터리가 들어간 전 사이트에 화재 예방 조치를 실시했지만, 5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했다. 조만간 2차 조사위원회의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ESS업계는 국내 수주 중단 배경이 꼭 화재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배경은 2020년까지 적용되는 ESS 경부하 충전요금 50% 할인제도가 연장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재사고야 원인을 발견해서 대처를 하면 수주를 이어갈 수 있다"며 "하지만 충전요금 할인제도가 사라지면 고객사들한테는 그만큼 손해이기 때문에 ESS를 설치할 동기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ESS 충전요금 할인제도 폐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한전의 적자 문제에 있다.

한전은 2018년 1조1745억원의 당기순손실에 이어 올해도 1조40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된다. 한전 김종갑 사장은 당기순손실이 11개 전기요금 특례할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며 기간이 만료되는 일몰 시 이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SS 경부하 충전요금 50% 할인은 2015년 1월 시작돼 2020년 12월까지 운영된다. 전력 수요가 적은 경부하(23~09시) 시간대에 충전을 하면 50% 감면해 주는 제도이다. 2018년 기준 1380억원 규모로 적지 않아, 한전의 첫번째 특례할인 폐지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ESS 설치 동기 요인인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격이 급락한 것도 ESS시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화석연료 발전사업자는 발전량에 비례해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RPS(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를 채워야 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거래시장에서 REC를 구매해 달성해야 한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REC가 생성돼 이를 RPS 충족용으로 쓰거나 거래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REC 가격은 2017년 6월 13만원대에 거래되다가 이후로 계속 떨어져 올해 11월초 4만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4만8600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ESS 연계 태양광에 대한 REC 가중치가 내년 6월까지만 5.0이 적용되고 이후로는 4.0으로 하향될 예정인 것도 ESS시장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ESS시장은 별다른 혜택이 없어도 설치가 계속 늘고 있다. 이유는 비싼 전기요금 때문.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2배 가량 비싸, 가정용 ESS시장까지 활성화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력 수요자 간에 직접 전력을 매매할 수 있는 기업 전력구매제도(PPA)도 시장이 활성화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요금 체계를 갖고 있어 요금 자체만으로는 ESS 설치 편익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법제도상 모든 전력의 구매와 판매는 오로지 한전만이 할수 있어 ESS시장의 자력 성장을 가로 막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7월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ESS 국내시장을 현재 3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까지 6000억원 규모로 확대시키고, 해외 수출도 당시 4억3000만달러에서 2020년까지 32억달러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5년도 채 안돼 ESS업계는 고사 위기로 몰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SS는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에너지신산업의 대표적 분야이고 세계시장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일관되지 못하고 모순된 에너지 정책 때문에 국내시장이 끝나가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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