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질병코드 공대위 "코드 도입, 문화 콘텐츠 발전 저해할 것"

  • 송고 2019.12.10 17:12
  • 수정 2019.12.10 17:12
  • 안신혜 기자 (doubletap@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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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코드 공대위, 타 콘텐츠 산업 연계성 주목

콘진원, 올해 게임산업 매출 14조7000억원…콘텐츠 산업 5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0일 오후 강남 토즈 컨퍼런스룸에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왼쪽부터)이지은 탁툰엔터프라이즈 이사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고영리 작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BN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0일 오후 강남 토즈 컨퍼런스룸에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왼쪽부터)이지은 탁툰엔터프라이즈 이사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고영리 작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BN

"유튜브의 유아 콘텐츠 광고 규제로 '포스트 뽀로로'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도입되면 게임 산업뿐만 아니라 타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마련한 토크콘서트에서 이지은 탁툰엔터프라이즈 이사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시도로 끼칠 영향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다 공대위가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른 문화 콘텐츠 종사자들을 초청, 게임 질병코드 도입과 이로 인한 콘텐츠 문화 산업에 끼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공대위는 10일 오후 강남 토즈컨퍼런스룸에서 '다른 문화 콘텐츠에서 바라본 게임은?'이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과 이지은 탁툰엔터프라이즈 이사, 고영리 작가가 참석했다. 이지은 이사는 '애니메이션에서 바라본 게임문화', 고영리 작가는 '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게임'에 대해 토론했다.

토크콘서트에 앞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일상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자리를 마련,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취지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인삿말을 전했다.

공대위는 콘텐츠 산업 중 게임산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타 문화 콘텐츠와 게임산업의 연계성을 짚어보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콘텐츠 산업 발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달 초 '콘텐츠산업 결산과 전망' 세미나를 통해 올해 게임 산업의 매출 14조 7000억원 규모로, 5년 연평균 성장률 8.3%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은 125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특히 출판(21조원), 방송(20조원), 지식정보(18조원), 광고(18조원)에 이어 5번째로 큰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콘진원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 수는 전년대비 1.2% 증가한 66.2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는 게임 산업과 타 콘텐츠 산업과의 연계성과 규제에 따른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 저하, 문화 콘텐츠 소비와 관련된 행위중독의 기준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이지은 이사는 게임 콘텐츠 이용에 대해 '개인의 자유'임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책,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등 문화 콘텐츠는 어느 한 영역에서 선을 그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뽀로로', '포켓몬스터' 등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크면서 문화 콘텐츠 소비 영역을 넓히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포켓몬스터'를 예로 들며 "포켓몬의 경우 애니메이션 콘텐츠에서 완구, 게임 등 각 문화 콘텐츠 영역 간의 사이클이 형성된 대표적인 경우"라며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소비자들이 성인이 된 후 게임 '포켓몬고'를 이용한다. 추가 콘텐츠 생산으로 인해 각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발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최근 유튜브가 유아 콘텐츠에 대한 광고를 제한하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콘텐츠 규제가 각 산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이사는 "뽀로로가 북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유튜브였다"며 "이후 기획 단계부터 유튜브를 염두에 둔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성화됐지만, 유튜브가 유아 콘텐츠에 대한 광고를 제재한 이후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KBS에서 방영 중인 신작 애니메이션 "쉿! 내 친구는 빅파이브' 역시 유튜브를 타겟팅해 제작한 바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도입이 된다면 게임업계 역시 연령, 콘텐츠 내용 등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을 것이고, 스트리밍 등 게임산업에서 발생한 파생된 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누가 그 잣대를 적용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콘솔, 모바일, PC 등 게임 이용자라고 밝힌 고영리 작가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지정된다면, 나 역시 중독자로 규정될 것인지 고민이 된다"며 "지인 중 영화 <조커>를 73회 본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컬러, 미장센, 동선 등의 매력을 느껴 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사람과 나는 모두 사회생활 역시 잘하고 있다"고 중독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이사는 이에 대해 "어렸을 때 내가 소비할 수 있는 '미디어'는 책이었는데, 그 시기 친구, 선생님, 부모님이 보기에 나는 '책 중독자'였지만,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될 수 있었다"며 "청소년 시기 공부를 안한다는 이유로 나 역시 '질병'을 가진 사람 취급을 받을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게임산업과 타 문화 콘텐츠와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지은 이사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 이 파트너십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이사는 "'리니지'를 원작 만화로 접한 세대로서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협업이 적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며 "리니지급의 게임 제작 비용 중 60억 정도면 일본 애니메이션 급의 퀄리티로 애니메이션이 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게임업계와 애니메이션 업계의와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고영리 작가는 "오는 1월 연재 예정인 웹소설이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E-IP'로 선정된 이후 드라마, 웹툰, 게임 쪽에서 협업 제의가 들어왔다"며 "일본 시장에서는 하나의 IP가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원소스 멀티유스(OSMU)'가 활성화 돼 있는데, 우리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게임 산업의 규제는 결국 타 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지은 이사는 "콘텐츠는 자유의사로 선택하는 것으로써, 교육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중 국내외에서 모두 성과를 얻고 있는 게임산업을 규제하며 '자승자박'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기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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