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규제' 보폭 좁아진 금융지주, 비은행 강화 '잰걸음'

  • 송고 2019.11.26 14:55
  • 수정 2019.11.26 15:04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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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고위험 사모펀드 포함, 신탁도 은행서 판매할 수 없어"

신탁판매 90% 달하는 은행 먹거리 급감 우려·지주들 대안 고민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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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내놓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속 규제 영향으로 은행, 증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의 고민이 깊다. 당국이 고위험 사모펀드뿐 아니라 신탁 상품도 은행에서 팔지 못하게 해서다.

신탁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은행·증권·자산운용사가 40조원대 주가연계증권(ELS) 마켓을 포기해야 한단 뜻이다. 이 시장 90% 비중의 유통채널인 은행 보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까지 관측되면서 금융지주의 비은행 강화 움직임이 다시 싹트는 분위기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는 시중은행 신탁·자산관리(WM) 부문 부행장들과 DLF 대책 후속 논의를 진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표준화된지 오래된 지수형 ELS 신탁은 수익률이 높고 원금 손실 확률이 미미하다"면서 "지수형 ELS 신탁을 판매 금지 대상인 '고난도 금융상품'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정책당국인 금융위 측은 "원금 손실률을 20% 이하로 낮춘 신탁은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이 지수형 ELS 신탁시장을 사수하려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워낙 커서다. 올 상반기 ELS 발행액 47조 6000억원 중 지수형이 42조 8000억원(90%)에 달한다. 사모펀드와 달리 안정성도 두드러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지수형 ELS의 수익률은 연 5.1%로 1.3~1.4% 수준인 은행 예금 금리의 4배를 기록한다. 하지만 이번 DLF 사태로 저금리 기조 하에 주목받는 ELS 판매경로가 막히게 생긴 것이다. ELS상품은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가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증권거래법 시행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일반인에게 ELS를 팔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DLF사태가 원금 전액 손실 우려까지 발생시키면서 은행의 입지와 운신의 폭은 예전같지 않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관측이다. 금융지주의 시선이 다시 또 비은행 강화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국내 금융지주 중 비은행계열사 성장에 독보적인 금융지주는 신한금융이다.

대신증권은 25일 신한금융에 대해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에 따른 이익 증가, 신한금융투자 증자에 따른 신사업 진출, GIB, GSM 등 내부 계열사간 협업을 통한 자기자본투자(PI) 관련 이익이 가시화되며 유일하게 증익 가능성이 존재하는 금융지주"라고 분석했다. 또 신한금융은 최근 기업금융(IB) 에 대한 투자 및 사업확대를 위해 투자금융 총 7개 분야 전문가 10명 가량을 충원했다.

DLF 사태가 아니더라도 은행업의 성장 둔화는 이미 예고돼 왔다. 증권가에 따르면 저성장 환경에서의 둔화된 자산 성장과 금리 하락으로 올해 3분기 시중은행 NIM은 분기 대비 3~9bp씩 축소돼왔다. 나아가 올 4분기, 내년에도 NIM은 지속적으로 축소될 가능성 이 관측된다. 더욱이 대출규제로 인한 자산성장 속도가 느려졌다는 점도 은행업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금융지주 맏형격인 은행의 미래가 이렇듯 어둡다보니 금융지주가 은행 의존도를 더욱 낮추고 비은행 사업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매물로 나온 보험사에 대한 금융지주 관심이 어떤 결론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네 번째 매각작업에 나선 KDB생명을 비롯해 동양·ABL생명도 잠재 매물 후보에 거론된다. 역시 매물로 나온 더케이손해보험은 하나금융지주가 실사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달말 매각을 공표한 KDB생명은 예비입찰 일정을 확정짓지 못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실태평가가 매각 향방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금융권 관심이 크다.

보험업황 악화로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KDB생명 사업구조를 혁신하면 저금리에 경쟁력을 입증할만한 변액 전문보험사로 탈바꿈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은행 강화에 대한 금융지주 의지는 예전보다 커진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와 함께 금융지주는 경영효율화와 자산효율화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지주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여전히 IB라고 할 수 있다"면서 "부동산 프로젝트금융 등 비전통적 IB영역의 거래 규모가 자본과 비례해 대형화되면서 IB 수수료수익 뿐만 아니라 PI수익, 이자수익, 배당수익 등 여러 부문에 걸쳐 관련 이익이 불어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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