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금금리 인하 눈치경쟁, 총대 멜 곳은

  • 송고 2019.11.21 10:56
  • 수정 2019.11.21 11:17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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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지방은행 이어 국책은행까지 예금금리 인하…은행들, 부담 줄었다

대출금리만 오르는 '금리 기현상' 끝…예대마진 명분, 예금인하 단행할 듯

예금금리 인하 시점을 고심하던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 달이 넘도록 눈치를 살피고 있다.ⓒ연합

예금금리 인하 시점을 고심하던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 달이 넘도록 눈치를 살피고 있다.ⓒ연합

예금금리 인하 시점을 고심하던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 달이 넘도록 서로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내리면 고객 불만은 물론 고객 이탈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계 은행은 일찌감치 금리를 내렸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금리 인하에 나섰다. 여기에 최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끌어올리던 금융채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조만간 예금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시중은행이 어디일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춘지 한 달이 넘도록 주요 시중은행은 예금금리 인하를 머뭇거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은행들은 통상 2주 후에 예금금리를 조정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의외다.

기준금리는 지난달 16일 1.25%로 내려갔지만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금리는 여전히 1%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신예대율(예금-대출 비율) 규제와 지난달 시작된 오픈뱅킹 경쟁을 고려해서라는 해석이 많다. 두 가지 사안 모두 고객 확보가 성패 요소인데, 섣불리 예금 금리를 낮추다가 기존 고객마저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신 예대율 규제에 따라 은행은 예대율을 1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신예대율이 도입되면 10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맞추려면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거나 분모에 해당하는 예금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달 30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오픈뱅킹'도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이유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이나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입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칫 잘못하면 예금 고객은 물론 모바일뱅킹 고객까지 뺏길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는 핀테크 업체도 여기에 합류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의 소수점 경쟁도 벌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 지방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까지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고객들의 눈치를 보던 시중은행들도 예금금리 인하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씨티은행은 일부 입출금 통장에 주는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고, SC제일은행은 주요 입출금 상품 금리를 0.2~0.3%포인트 낮췄다. 산업은행도 이번주부터 예금금리는 0.1%포인트, 적금금리는 0.35%~0.75%포인트 인하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도 기존에 정해뒀던 인하 폭을 조만간 반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 인하 폭을 설정해뒀지만, 인하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금 고객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명분만 생긴다면 언제든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은행 주담대 금리가 최근 내림세로 돌아선 것도 예금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연 1.55%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고 공시했다. 코픽스가 하락함에 따라 이에 연동되는 주담대 변동금리도 인하됐다.

또 주요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등급)도 이달 1.804%까지 올랐으나 지난 18일 기준 1.760%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도 지난 18일 기준 0.03~0.07%포인트 떨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예금금리를 선뜻 내리지 못한 것은 고객 확보 요인도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오르는 상황이 더 컸다"며 "하지만 이제 대출금리도 같이 내려가는 상황이라 예대마진 보전을 위한 금리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조정 은행이 늘어난 만큼 은행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대출금리 하락 폭이 작은 만큼 예금금리 인하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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