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AI 활용 신약개발 '걸음마' 수준

  • 송고 2019.11.12 14:50
  • 수정 2019.11.12 15:48
  • 동지훈 기자 (jeeho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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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R&D 부담 상위 제약사만 AI 도입

제네릭 위주 내수 시장도 '걸림돌'

다국적 제약사가 신약개발과 후보물질 발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 제약사의 AI 활용도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술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비용과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만큼, 국내외 대형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사의 AI 활용도가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해 크게 뒤쳐졌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1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전주기에 AI 기술을 도입할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연구기간 단축 △연구비용 절감 △약효 성공률 증가 △임상 환자군 매칭 최적화 등이다.

해외에선 AI 기술을 도입한 다국적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이 대표적 예다. 이들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AI를 통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 가운데 신약개발에 AI 기술을 사용하는 곳은 유한양행, 대웅제약,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등 일부에 그친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AI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금 부족과 연구개발(R&D) 여건 등을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국내 내수 시장이 제네릭 위주로 형성된 점도 AI 활용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과 궤를 같이한다.

업계에 의하면 국내 제약사들은 AI 기술 도입을 늘려가는 추세지만, 일부 상위 제약사에 국한돼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하면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AI 기술 도입 현황이다. 해외에선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바이오엑셀, 로슈, 노바티스 등 150여 개 다국적 제약사들이 AI 분야에 투자를 단행해 신약개발 전주기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현재 임상연구 시스템에도 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기존 신약개발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해 샘플 분석 시간을 30% 이상 단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기존 정보와 새로운 데이터를 조합해 약제 효능과 독성을 미리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밖에 화이자는 IBM의 왓슨을 면역항암제 분야에 활용하고 있으며, 바이오엑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하고 있다.

해외에선 제약산업과 AI의 접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제약산업에서의 AI 활용은 제한적이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일동제약 등 상위 제약사 일부만이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일동제약이 자체 AI 관련 부서를 운영 중이며, 나머지 제약사들은 AI 전문 기업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기업 외에도 최근 30여 개 제약사가 AI 신약개발 관련 부서를 신설하거나 연구를 진행하는 등의 계획을 수립했지만, 제약 선진국이나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하면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재영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연구관은 "최근 AI가 신약개발 부문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많이 뒤처진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인데, 결국 어떤 인풋(input)을 넣어 어떤 아웃풋(output)을 내놓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약 90%가 제네릭으로 구성된 내수 시장 특성도 AI 신약개발 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약개발 초기에 AI를 도입하려면 자금력과 R&D 여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제네릭을 주력으로 하는 제약사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가 신약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감해 준다지만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 억원이 소요돼 제네릭 위주의 제약사가 선뜻 나서기엔 부담스럽다"며 "결국 자금과 R&D 능력이 앞선 일부 상위 제약사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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