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변경의 프리즘] '면세점 춘추전국시대' 옛말…정부 탁상행정 자제해야

  • 송고 2019.11.11 14:06
  • 수정 2019.11.11 14:10
  •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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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한화·두산) 면세점 철수는 지난 2016년 정부의 신규 특허권 남발이 주원인입니다"

최근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 선언을 한 대기업 면세점의 철수 배경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말했다. 2016년 당시 한국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면세 사업자에게 부여했던 신규 특허권이 과도했다는 얘기다.

2016년은 한화와 두산, 신세계가 신규 면세사업자로 시장에 진출하며 시내면세점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서울 시내면세점 수가 2016년 6개에서 2018년 13개(대기업 기준)로 2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16년 당시 정부의 면세특허 추가허용이 이어지자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졌었다. 업계에선 면세점 특허권 부여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기획재정부가 개입한 것 자체에 조작 의혹을 품고 있으며 결론적으로 정부의 '특허권 남발'이 업계의 시장 철수를 종용했다는 지적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 알았던 면세점은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발길을 끊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도 영향이 크지만, 치열해진 시장 경쟁도 면세점을 적자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면세점을 철수한다고 발표한 한화와 두산은 3년간 누적적자만 각각 1000억원, 600억원 대로 나타났다. 호텔신라도 올 3분기 면세점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4% 급감했다.

황금알로 인식돼 입찰 공고만 뜨면 치열한 대결구도가 펼쳐졌던 면세점 입찰은 업계 외면을 받고 있다. 관세청이 11~14일까지 서울(3개)·인천(1개)·광주(1개) 5개 시내면세점에 대해 공고한 입찰 신청에도 현재까지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은 물론, 중소기업 면세점까지 참가 신청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며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은 소상공인 보호의 목적으로 신규출점 규제를 강하게 밀어부치면서 면세점은 적정수준 이상의 규제를 풀어줘도 적자와 철수가 지속되는 결과만 나오는 건 왜일까. 실제 탁상행정식 정부 행태에 기형적인 생태계 형성도 문제다. 국내 면세시장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따이공(중국의 보따리상)으로 재편된 시장 탓에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관광인프라를 확충해야 국내 관광산업이 살아난다는 명제 안에서 시내면세점을 늘린다는 정부의 계산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시시각각 바뀌는 시장의 상황과 업계 애로사항에도 귀기울여 '탁상행정'식 행보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정상 궤도에 있던 면세 시장을 불과 3년 새 '애물단지'로 만든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더이상 업계와 국가경쟁력이 내리막길을 걷는 탁상행정은 과감히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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