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시대 독자노선 탈피…빨라진 자율주행 시계

  • 송고 2019.09.24 14:45
  • 수정 2019.09.24 14:47
  •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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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미국 앱티브 합작사 설립 통해 “로보택시 양산 2년 앞당겨”

“미국 무역규제 적용 제외 긍정적 효과도 기대”

 현대차그룹과 앱티브社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좌측)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사진 우측) 등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과 앱티브社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좌측)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사진 우측) 등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앱티브와 손잡고 완전자율주행시대를 앞당긴 가운데 증권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차그룹의 완전자율주행 시대의 타임 스케줄을 앞당긴 것과 함께 정의선 수석부회장 시대가 열리면서 독자노선을 탈피해 첫 제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기도 했다.

또한 앱티브와의 합작사 설립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투자를 결정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여전히 지주회사 체제를 배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미국의 무역규제 적용 제외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23일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JV) 설립 본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총 40억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씩 확보하고 이사회 동수구성 등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합작 설립으로 지속 성장 난제 해결"

현대차그룹은 20억달러(현금 16억달러 및 무형자산 4억달러)를 출자하고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자율주행솔루션 개발인력(700여명)을 출자할 예정이다. 지분은 현대자동차 26%, 기아자동차 15%, 현대모비스 10%, 앱티브 50% 등으로 나뉜다.

신설 합작법인은 내년 중 최종 설립되고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및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앱티브는 델파이가 전신으로 2017년 분사를 통해 앱티브(전장/자율주행)와 델파이 테크놀로지스(기존 파워트레인 사업 등)로 분할돼 있다.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글로벌 3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다. 현재 총 100여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자율주행 선두업체와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데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송선재 연구원은 “이번 투자는 말그대로 기술확보 차원”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양산기술로 확보하고 있는 앱티브테크놀로지가 파트너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흥국증권 박상원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부족해 완전자율주행차 시대에 불리했지만 이번 합작 설립으로 지속 성장에 큰 난제를 해결했다”라고 판단했다.

SK증권 권순우 연구원은 “합작 설립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역량 및 기술 통합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라며 “내연기관차를 비롯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합작법인에 공급하고 앱티브가 진행하던 로보택시 시법 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 투입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NH투자증권 조수홍 연구원은 “사업화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존재하고 향후 사업 전개 과정에서 어떤 수익구조(모델)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라면서도 “다만, 미래 이동성의 변화과정에 대응하는 의미있는 규모의 첫번째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초 발표보다 로보택시 양산 2년 앞당겨

완전자율주행의 타임스케줄이 단축된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연구원은 “이번 합작 설립을 통해 공개된 스케쥴은 앞당겨졌을 뿐만 아니라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차별화 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기존 오로라(미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와의 협력을 통해 2021년 제한된 지역에서의 레벨 4 구현, 2030년 레벨 5 상용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부터 자율주행 필수 센서(레이더, 카메라, 라이다)를 양산하고 2025년에는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부품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현대차는 연초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24년에 로보택시 양산을 언급했는데 이번 발표는 이보다 약 2년가량 빠른 양산일정”이라며 “앱티브를 사업 파트너로 택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경쟁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들과의 파트너십 보다는 기술교류에서의 이점회복과 사업주도권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티어-1 부품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특히 외부 업체와의 지분제휴에 보수적인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 시대들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데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영증권 문용권 연구원은 “이번 합작 설립도 선두업체와의 기술격차 축소를 위해 그동안 고수했던 독자기술 개발 정책에서 탈피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라며 “지분손익으로 편입될 합작법인이 수년간은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선행기술투자인 만큼 우려 요인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포드와 합작사(JV), 다임러와 지분제휴를 맺은 바 있었지만 끝이 좋지 못했던 현대차는 외부업체와 제휴에 보수적이었다”라며 “그러나 정의선 수석부회장 시대들어 직급체계 단순화, 복장과 자리자율화, 외부인력 영입 등을 통해 빠르게 변화 중”이라고 진단했다.

◆정의선 시대 변화…지주회사 체제 배제 가능성 엿보여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향후 지배구조 변경과정에서 지주회사 체제를 여전히 배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과거 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가지 않는 이유의 하나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자금 동원 필요성을 든 바 있다”라며 “향후 투자 건들에 대해 이번 합작회사 투자와 같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함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 사용될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배하고자 할 기업은 현대모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강 연구원은 앱티브와의 합작투자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된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미국 232조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입에 대해 대통령이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수입차에 대한 적용여부 발표가 한차례 연기돼 11월로 예정돼 있다.

적용 대상 가능성이 있는 일본 토요타는 2022년까지 미국에서 13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이번 합작회사 투자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시점에 발표됐다”라면서 “(미국 232조 적용 제외)의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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