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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좁아진 현대重 노조...파업 전선 '흔들'

법원, 노조 제기 법인분할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노조 파업 근거↓
노조 조합비 잔고 위기에 파업 참여도 바닥…어수선한 외부 분위기도 부담

이돈주 기자 (likethat99@ebn.co.kr)

등록 : 2019-08-23 10:16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5월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 한마음회관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EBN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강경 파업노선에 균열이 가고 있다.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낸 법인분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노조의 입지가 현저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노조가 내세운 파업 명분도 약화될 전망이다.

노조는 강경 기조를 견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조 운영의 원동력인 조합비 잔고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파업 참여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사실상 파업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 등 어수선한 대외적 분위기도 노조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노조가 제기한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5월 말 회사가 주총 개최장소 변경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점과 변경 장소 이동 여유 부족 등의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며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경 사실을 충분히 고지했고 이동 수단 또한 제공했다는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노조가 주장하는 주주들의 참석권과 의결권 침해와 관련해서도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조의 강경노선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노조의 파업은 임단협상의 이유도 있으나 그보다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반대가 주된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주총 개최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함에 따라 파업 명분이 현저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연이은 파업투쟁을 벌여온 노조 입장에서는 이번 법원의 결정에 고민이 깊다.

노조의 조합비 잔액은 올해 6월 기준 134억원으로 지난 201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조합비로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임금 손실분을 보전해주고 있지만 파업 일수가 늘어나면서 지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파업 일수가 상반기에만 27회로 지난해 21회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지출액도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사측에서 법인분할 주주총회 저지 과정에서 주총장 점거 및 생산 방해의 책임을 물어 노조에 90억원대 소송을 제기한 점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조합원을 비롯한 내부 직원들의 호응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노조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지금보다 조합비를 70% 이상 인상하는 투표를 진행했지만 의결 기준인 66.66%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그만큼 현 집행부에 대한 신임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파업 참여인원이 감소한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8일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권을 획득한 뒤 21일 벌인 첫 부분파업에서 참여인원은 1000여명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전체 조합원이 9000여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10% 남짓한 참여율이다. 부분 파업이기는 하지만 과거 강성노조의 상징이었던 현대중공업의 파업 사례를 감안하면 현저하게 동력이 떨어졌다는 반증이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경제보복 등 외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점도 부담이다. 정세 혼란으로 국가가 경제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지속할 경우 갈수록 따가워질 여론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오랜 기간 파업을 지속하며 지쳐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여건도 노조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며 "노조가 파업노선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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