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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은행의 자산관리 '기본' 다시보자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8-16 13:58

▲ ⓒ금융증권부 이윤형 기자.
독일 국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에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DLS은 독일 국채 금리가 일정 수준 하락하지 않으면 연 4~5%대 수익률을 보장하는 구조로 통상 원금손실 가능성은 비교적 적고,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은 '중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최근 독일 국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해당 DLS 투자자는 원금의 최대 90%까지 잃을 위기에 처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둔화 등 대형 악재들로 인해 안전자산인 유럽 채권에 돈이 몰리면서 독일 채권가격이 급등(금리 급락)했기 때문이다.

손실 위기에 놓인 투자자들이 판매사가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당국은 사후처리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전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해당 DLS 판매 내역과 투자자 수 등을 전수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S 외에도 환율 연계 DLS 등 고위험 DLS의 발행·판매 현황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DLS 사태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은행의 자산관리 능력의 부족이었는지, 비이자이익을 과도하게 늘리기 위한 무리수였는지다.

이번 DLS 사태는 충분히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해당 DLS 투자가 진행될 당시 유럽의 국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고, 미·중 무역분쟁을 근거로 올해 3~5월 사이 국채 금리의 하방을 예고하는 분석은 지속적으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 초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1%까지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현재는 손실이 기정사실화된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연 0.184%였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15일 기준) -0.713%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 금리가 다시 -0.2% 수준까지 올라가야 예정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일부 상품의 만기가 내달 중순부터 도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 확정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품의 구조도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해당 상품은 만기 때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연 4~5% 수익을 얻지만,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전액을 잃는 '고위험' 구조라 투자에 앞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결국 투자 리스크 확대가 명확했는데도 은행들은 이 상품을 1000억원 넘게 씩 팔아치운 셈이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인 지난해에도 은행권은 금융감독원의 ELS(주가연계증권) 관련 신탁 판매 실태 조사에서 증권사보다 높은 불완전 판매 소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또 이번에 문제가 지적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진행된 DLS와 ELS 미스터리쇼핑 때 각각 60점대 이하인 미흡과 저조 등급을 받은 바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수수료 장사에 급급해 리스크 고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연계형 DLS 상품의 경우 만기가 4~6개월에 불과해 은행은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DLS를 판매한 은행들은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정해준 배상 기준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후조치는 여기서 그치면 안된다. 최근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시스템 개선 등에 막대한 투자 아끼지 않으며 굵직한 변화에 신경을 쏟고 있지만, 이번 같은 사소한 리스크도 솎아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재점검하는 것은 물론 영업 관행에서 문제가 있지 않았는지 등 기본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은행이 추구하고 내세우는 기본적인 자산관리 방향은 '상품과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과 고객 성향에 딱 맞춘 맞춤형 상품 추천'일 테다. 기본 방향을 저버리고 리스크관리까지 소홀히 한다면 '깡통 판매' '수수료 날강도' 같은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