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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분양가상한제] 강남 재건축 정조준…집값 과열 잡힐까(종합)

집값 반등 주도한 강남 재건축 주 타깃…적용지역·시기 추후 결정
전문가들 "공급 위축" 우려에 정부 "선별 적용…문제없다"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등록 : 2019-08-12 14:08

▲ 12일 열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반등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지 약 11개월 만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과열 양상을 보이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상한제 적용에 따라 서울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공급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축 아파트의 몸값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서울·과천·분당 등 전국 31곳 '투기과열지구'의 민간 택지에서 짓는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은 기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계로 변경된다. 따라서 현재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장도 모두 규제 사정권 안에 들게 된다.

상한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주택전매제한은 최대 10년까지 늘어났고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단지들을 막기 위해 후분양 요건도 공정률 50~60%에서 80% 수준으로 강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1년간 서울 분양가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보다 약 3.7배 높았고 인근 기존주택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 집값 상승을 촉발할 우려도 있다"며 "이에 분양가상한제 지정요건과 적용시점을 합리적으로 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장 개입 우려에도 상한제 도입 왜?…"부동산 재과열 선제 대응"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부의 인위적인 분양가 통제가 정비사업 수익성을 떨어지게 하는 만큼 향후 서울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집값 반등을 이끈 강남 재건축 단지를 타깃으로 규제에 나섰다. 이같은 상승세를 그냥 놔둘 경우 부동산 재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12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에서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이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 ⓒEBN 김재환 기자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11월 2주부터 하락세를 이어오다 최근 7월 1주부터 34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상승세는 투자수요가 집중된 강남권 재건축 중심으로 나타났으며 최근엔 인근 지역의 신축 아파트와 다른 자치구의 주요단지도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에 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상한제를 적용할 구체적 지역과 시기 등에 대한 결정은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별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거정책심의회에서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과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며 "요건이 맞는다고 반드시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과열이 심하지 않거나 (과열 양상이) 확산할 여지가 없다면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번 규제가 사실상 강남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을 타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선을 그었다.

이 실장은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타깃으로 삼은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정비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착공 직전 단계에 있는 단지만 서울에 151개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분양가는 하락, 신축은 상승…전셋값 불안정할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강남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을 타깃으로 규제인 만큼 해당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규제로 인한 심리 위축과 향후 저렴한 분양가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도 주춤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사실상 분양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로 한정함에 따라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지금보다 낮아질 전망"이라며 "낮아진 분양가는 청약 대기수요의 분양시장 관심을 증폭시키고 재고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건축 사업 중단 등으로 공급이 감소하면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되려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허용연한 강화 등 잇따른 재건축 규제로 서울 공급의 문은 이미 차단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장기적으로 공급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새 아파트 희소성이 커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 토지보상금 등으로 시중 부동자금도 풍부해져의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집값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향후 저렴한 분양가로 나올 아파트를 기다리며 전세에 머무는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세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한제 시행에 따라 분양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세시장이 다소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10년 만에 가장 많아 우려할 정도로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진퇴양난' 빠진 서울 정비사업장…"우회로 찾기 고민"

▲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강동 둔촌주공 아파트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로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장들이 진퇴양난에 빠진 가운데 분양방식과 시기를 놓고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사업 초기단계의 정비사업장들은 동력이 약해지면서 당분간 관망하거나 상한제 타격을 피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우회로 찾기에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일부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 및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곳도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분양을 고민하던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 둔촌주공 등은 분양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더라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것보다 수익성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 후 분양'을 검토하는 단지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주택을 공급할 때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면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고 HUG의 분양보증 심사나 분양가상한제 규제도 받지 않아도 된다.

힐스테이트 세운과 서울 용산 유엔사 부지, 브라이튼 여의도 등이 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1대 1 재건축이나 임대 후 분양 등 카드를 검토하겠지만 장래 주택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규 진입 수요는 사업성이 탄탄한 지역으로만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