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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의 이행저행] 산업은행 "실업고민, 정부가 해!"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7-23 12:44

▲ 신주식 금융팀장.ⓒEBN
지난 16일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출범했다. 다음날인 17일 이대현 초대 KDB인베스트 사장은 간담회를 통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넘겨받은 자산들의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게 초기 미션"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국책은행 중심으로 이뤄졌던 구조조정을 시장·민간 중심으로 이동하는데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업은행이 100% 보통주를 출자해 자본금 700억원 규모의 사모집합투자기구(PEF)로 출범한 KDB인베스트는 1호 자산이관으로 넘어온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올해 중 2호 자산을 이관받는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우건설을 이관받은 만큼 2호 자산으로는 STX조선해양이나 한진중공업 등 보유지분 비중이 높은 출자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대현 사장이 간담회에서 시장·민간 중심의 구조조정을 수차례 강조했으나 산업은행의 업무를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 제3장에서는 기업구조조정이 산업은행의 업무 중 하나로 명시돼 있다. 자회사를 설립하면서까지 법에서 정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를 이관하는 이유로 이대현 사장은 "그동안 산업은행이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기업 성격이 강한 산업은행 여건상 시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 기업 구조조정이 사회적 구조조정으로 진행되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사회적으로도 손해가 늘어났다"고 지적한 이대현 사장은 기업 부실화로 노조, 지역사회, 유관기관까지 모두 구제하는 것은 시장 중심 구조조정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었다는 이대현 사장의 말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이후 구조조정에 대해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입장과도 맞물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산업은행이 인수한 부실기업들은 이전 정부들에서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산업은행에 강제로 떠맡긴 것"이라고 지적한 이동걸 회장은 최근에도 "혁신성장을 지원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구조조정이라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구조조정이라는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산업은행의 본체는 미래지향적으로 산업과 기업을 세대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기업 노조와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던 산업은행 임직원들에 대해 연민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이동걸 회장은 향후 성과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산업은행의 나아갈 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주력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조정 업무를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KDB인베스트가 출범했다.

10여명의 인원으로 출범했지만 KDB인베스트를 이끌어가게 된 이대현 사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공기업으로서 한계를 느껴야 했던 산업은행과 달리 KDB인베스트는 궁극적으로 산업은행의 지분을 완전 매각해 민간기업으로서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이와 같은 구조조정 풍토가 국내 시장에 안착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업의 부실을 초래한 이유를 제거하고 치료하는데 중점을 둬야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직문제나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까지 떠안는 것은 구조조정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KDB인베스트 출범 후 첫번째 과제로 선정된 대우건설의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대현 사장의 이와 같은 철학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밝힌 소신대로라면 필요할 경우 KDB인베스트는 대우건설에 대해 대규모 인력감축이나 사업구조 개편에 '구조조정 본질'을 제외한 다른 부분을 고민해선 안된다. 다시 이와 같은 고민에 부딪힌다면 이동걸 회장이 구조조정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이대현 사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것은 사회적 안전망 등 다른 장치가 해결해야 한다"며 "당장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시스템적인 부분을 하나씩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의 말처럼 산업은행이 원해서 부실기업들을 떠맡게 된 것은 아니며 이대현 사장의 말처럼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 외에 실업문제나 지역사회에 대한 부분까지 고민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한국산업은행법에서도 '실업'이나 '실직'에 대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당장의 문제이며 이전 정권에서도 대출상환 연장과 귀농을 권하는 것이 그나마 내놓은 정책이었다.

산업은행은 오늘 코엑스에서 200여개의 국내외 스타트업·벤처캐피탈이 참가하는 'NextRise 2019, Seoul' 행사를 개최하고 벤처생태계 확산을 추진한다.

벤처생태계 확산과 혁신성장 지원에 주력하기 위해 본업이 아닌 사회적 구조조정을 더이상 떠맡지 않겠다는 산업은행을 대신해서 정부는 이제 실업문제와 지역경제의 위기를 풀기 위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