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인베스트먼트 "매각보다 기업가치 제고 중점"
9년째 표류하는 새 주인찾기 여정 더 길어질 듯
9년째 표류하고 있는 대우건설의 새 주인찾기(매각) 여정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구조조정을 맡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보다 기업가치 높이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인수금액의 절반에 불과한 현 시세에 졸속으로 팔아치울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안도의 한숨과 덩치가 커질수록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창립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을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기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 출자 회사 중 구조조정이 필요한 회사의 지분을 받아 매각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사실상 창립과 함께 제1호 자산인 대우건설을 헐값에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인데, 전문가들은 이 배경으로 대우건설의 긍정적인 미래 실적과 주가를 꼽았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실적은 올해를 바닥으로 내년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건설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주택인 상황에서 주택매출 및 실적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에 수주 가능성이 있는 모잠비크 AREA1와 나이지리아 LNG 액화플랜트, 2020년 체코 원자력 발전소(팀코리아) 등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대현 사장의 발표에 대우건설 내부와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자금회수 목적의 졸속매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성과 높은 부서 위주의 인력 구조조정과 낙하산 인사 투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우순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매각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우선이라는 말에 공감하지만 인력 구조조정과 낙하산 인사 파견계획에는 반대한다"며 "KDB인베스트먼트에서 파견키로 한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낙하산에 대해서는 출근저지 투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헐값매각 논란이 있긴 했지만 1조원 중반대에 달하는 현 매각금액도 결코 감당하기 쉬운 리스크가 아니다"라며 "특히 건설사의 경우 국내외 리스크가 많아 매수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물건인데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매수자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산업은행이 금융위기가 터진 후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을 3조2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꾸준히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 했다.
지난해 2월에는 호반건설에 인수가격의 절반인 1조600억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뒤늦게 발견된 해외사업 부실 등을 이유로 불발된 바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산은 사모펀드로부터 사들인 대우건설 지분 50.75%는 약 1조3600억원이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