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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은행 시니어서비스, 배려인가 따돌림일까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7-10 14:40

▲ 이윤형 기자/금융증권부
"설명을 해줘? 누가, 어디라고? 핸드폰에서, 우투부?…그런 거 몰라, 할 줄 알아야 말이지."

은행이 제공하는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권유할 경우 나타나는 상당수 고령층 금융소비자들의 단상(單相)이다.

금융소외계층의 디지털뱅킹 사용에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기울이는 은행들의 각고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은행권이 모바일뱅킹 고도화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고객들에게 '더 빠르고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지만,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낮은 고령층에는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하고 불편'한 서비스로 변하고 있을 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 결과 중·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63%로,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인(74.6%) ▲저소득층(86.8%) ▲농어민(69.8%)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고령층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50대 33.5%, 60대 5.5%에 불과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률은 평균 29.6%였지만 60대는 4.1%, 70대 이상은 1.7%가 이용하는 데 그쳤다. 이 조사에서 고령층의 80% 이상은 인터넷 사용이 미숙해 절차가 복잡한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은행 중에서 가장 편리하고 더 큰 혜택을 제공한다고 평가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65세 이상 가입자 비중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2년이 지난 시점으로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고령층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동영상 설명서를 제작하가거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홍보하는 등 서비스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힘을 쏟아 붇고 있다. 문제는 고령층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2세대 이동통신(2G)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질의 자료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들이 붓는 것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모바일뱅킹을 활용하지 못한데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뿐 아니라 오프라인 영업점에서는 본의 아닌 소외를 받기도 한다.

간단한 은행 업무에도 영업점을 방문할 때면 모바일 번호표를 미리 뽑은 젊은 고객들에게 새치기(?)를 당하기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영문을 당최 몰라 낸 항의에도 '어플리케이션, 그러니까 모바일 앱에서 간단한 인증절차만 거치면…'이란 복잡한 답변을 대충 듣고 어쩔 수 없이 수긍하지만, 그들 생각의 끝은 '불편함'이고 '부당함'이다.

이 때문에 금융소외계층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은행이 공을 들이고 있다는 동영상 설명서, 유튜브 채널 등 시니어 마케팅은 무의미한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더라도, 시니어 계층 입장에서 이를 경험하고 습득한다는 것은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는 것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시니어 고객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량과 활용량을 늘리기 위한 비대면 설명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은행들이 고령층 고객들을 위해 다른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6개 국내 은행은 약 5000개 지점 중 일부 영업점에서 '어르신 전용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앞선 번호표 사례처럼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원책이 마련됐지만 부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은행의 시니어 마케팅은 온라인 설명서 보다는 오프라인에 치중돼야한다는 결론은 단순한 해결책이자 당연한 사고(思考)다.

이런 점에서 시니어마케팅은 고령층 고객들에게 기존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선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간과한 시니어마케팅은 그들에게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대세에 맞추든지, 그게 아니면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례로 모바일뱅킹 사용설명서는 젊은층에게만 '쉽고간편'한 것이 일반적이고 고령층에게는 또 다른 '복잡함'일 뿐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지원책은 일반적이어야 하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