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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앞둔 기업들 분주

16일부터 시행, 대부분 사업장 해당
사적 심부름·회식 강요도 갑질 해당
원스트라이크아웃 도입 등 대책 마련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9-07-10 14:38

▲ 2018년 5월12일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및 갑질 근절 2차 촛불집회'에 가면을 쓰고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EBN

직장 내 갑질을 금지하는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다음 주부터 시행되면서 각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위반 시 특별한 법적 처벌은 없지만 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지며, 사회적으로도 비난을 받은 가능성이 높다.

일부 기업들은 이참에 선진 직장문화를 구축하겠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자체 규정을 강화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갑질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제76조의2 직장내 괴롭힘의 금지와 76조의3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이 시행된다. 일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말 그대로 직장 안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괴롭힘은 주관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제시한 16가지 대표적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 승진, 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함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특정 근로자에 대하여만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함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킴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 등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 행사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특정 근로자의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만을 지나치게 감시 ▲사적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적, 반복적으로 지시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이동 또는 퇴사를 강요함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림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함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함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흡연·회식 참여를 강요함 ▲집단 따돌림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컴퓨터, 전화 등)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함 등이다.

폭행이나 집단따돌림, 욕설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 심부름을 시키거나 개인사를 뒷담화해서도 안된다. 특히 그동안 많은 직장에서 흔하게 진행됐던 회식 참여도 강요해선 안된다.

상시 10명 이상 근로자를 둔 사업장은 16일부터 이 법을 지켜야 한다. 해당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작성하고 근로자들에게도 주기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 법조항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위법 시 사업장이나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갑질 문제가 고용노동부로 신고됐을 시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되며, 해당 기업으로선 정치권이나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살 가능성이 높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각 기업들은 전 직원에게 괴롭힘 방지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일부 업체는 자체 규정을 강화하는 등 대비에 나서고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계열사별로 교육을 실시하고 위반 시에 대한 규정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CJ그룹은 전사적으로 직원들에게 법조항과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교육했으며, 계열사별로 이에 대한 규정을 정하도록 했다.

오리온은 사내 인트라넷으로 자료를 공지하고, 팀장 대상으로 별도 교육을 실시했으며, 하반기에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방지법이 따로 법적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도 따로 처벌 규정을 강화하진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법이 불미스러운 사회 이슈로 생겨난 만큼 문제 발생 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갑질문화를 근절하는데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식품업체는 이참에 갑질문화를 뿌리뽑고 선진 직장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강력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업체 관계자는 "대표의 특별지시로 갑질이 한 번만 걸려도 퇴사 수준의 처벌이 가해지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며 "절대 음주나 회식을 강요해선 안되고, 회식을 하려면 적어도 한달 전에는 공지를 해야 한다. 또한 근무시간 외에 업무적 카톡이나 업무지시도 절대 하지 말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을 두고 기성세대와 신세대 직장인 간에는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 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중반의 한 팀장은 "이제는 부하직원에게 술 먹자는 얘기도 못하게 생겼다"며 "직장생활을 너무 팍팍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30대 초반의 한 대리급 직장인은 "그동안 인격적으로나 사생활적으로 불만이 있어도 상사에게 말하지 못했었다"며 "법을 계기로 좀 더 나은 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