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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키코의 눈물' 닦아줄까

산업은행도 20여 중소 수출기업에 키코상품 판매로 손실 끼쳐
"권고안 나오면…" 눈치보기 속 책임지는 국책은행 모습 기대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7-04 14:41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데일리안포토

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 Knock-In Knock-Out)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산업은행의 키코상품 판매 이력이 주목된다.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권고안에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인지의 여부가 관심사다.

이달 중순 분조위에서 권고안이 도출되면 시중은행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적극적인 수용에 나선다면 시중은행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순경 키코사태와 관련한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분쟁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중 추진했던 분조위 안건 상정이 미뤄지면서 이달 9일 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9일보다 16일에 열리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1년여를 끌어온 만큼 이달 중에는 키코사태에 대한 분조위 심사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조위에서는 일성하이스코를 비롯해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이 신청한 1500억원 규모의 키코 피해에 대한 배상안을 심의하게 된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대구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도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일성하이스코와 키코상품을 거래해 123억원 규모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일성하이스코 뿐 아니라 씨모텍, 한주금속, 포스코플랜텍(구 성진지오텍), 노브랜드, 팬스타엔터프라이즈(구 헤스본), 봉신, 칼링크, 선우상선, 영광스텐, 대동공업 등 20여 기업에 키코상품을 판매했다. 이중 다수의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경영위기를 겪게 된 것이 단순히 파생상품으로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환파생상품이라는 특성상 수출이 주력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키코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자금유동성 위기와 회생절차 돌입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분조위에서 심사를 신청한 기업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인 1500억원을 전부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일정 수준의 조정안을 낼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키코상품이 사기상품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분조위 결정이 나온 후에도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

금감원은 상품자체의 위법성이 아닌 고위험성 상품의 판매에 대한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데 초점을 맞춘 불완전판매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분조위에서 정하는 권고안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석헌 금감원장의 의지로 시작된 키코 재조사는 지난달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SNS를 통해 국내 은행권들의 적극적인 피해구제 동참을 강조한데 이어 최근에는 박용진 의원도 '결자해지'를 언급하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만큼 그동안 은행권이 배임 문제를 거론하며 뒤늦은 배상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분조위 회의를 거쳐 일정 부분의 배상을 권고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은행권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불완전판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된다. 권고안을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배경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키코상품 판매로 수출기업들에 피해를 끼친 만큼 시중은행들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피해기업의 배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분조위가 열리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소비자보호라는 관점에서 산업은행이 시중은행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키코사태 해결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권고안을 기다리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도 키코상품을 판매했지만 판매 규모는 적은 편"이라며 "신한은행 등 국내 대형 은행들이 키코상품을 많이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키코 배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권고안이 나오게 되면 그 결과를 보고 향후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권고안을 내놓더라도 은행들이 선뜻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은행이라도 일정비율의 배상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권고안을 수용하게 될 경우 이는 다른 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용할 의무가 없는 권고안이지만 금감원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는 만큼 은행들마다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며 "어느 한 은행이 먼저 나서서 수용하는 것도 어렵지만 모든 은행이 권고안을 거부한다면 그것도 업계로서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키코공대위 측에서는 국책은행이 먼저 나서준다면 오랜 기간 끌어온 키코사태를 해결하는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선제적으로 권고안을 수용하고 이에 따라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을 추진하게 된다면 다른 은행들은 큰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키코로 인해 수출기업들이 흘린 눈물을 위로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