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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조위 앞두고 갈등 높아지는 키코 피해기업·은행권

키코 공대위 "피해금액 전부 배상받아야…미흡할 경우 소송 나설 것"
은행권 "수용하면 배임…일부기업 차익 노린 대출받아 가입 의혹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7-01 14:35

▲ ⓒ픽사베이

금감원이 이달 중 분조위를 열고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 Knock-In Knock-Out) 안건을 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이해당사자인 피해기업과 은행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피해기업 모임인 키코공대위 측은 피해액의 100%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은행권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사안에 대한 보상은 법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금감원의 조정안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9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키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성하이스코를 비롯해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이 신청한 1500억원 규모의 키코 피해에 대한 배상안을 심의하게 된다.

이들 기업에 키코상품을 판매한 신한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은 분조위에서 일부 피해액에 대한 배상 권고안이 도출될 경우 권고안 수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키코는 환율의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을 정해 그 범위 안에서 변동하면 정해진 환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환율이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계약이 무효가 되고 상한선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약정액의 2배 이상을 약정환율에 팔아야 한다.

은행들은 이 상품을 팔아 부족한 달러보유고를 채울 수 있는데다 환율이 상한선 이상으로 오를수록 수익이 급증하지만 반대의 경우 계약은 무효가 되므로 리스크가 없다. 반면 은행의 권유로 이 금융상품에 가입한 수출기업들은 환율이 상한선 이상으로 오르면 오를수록 손실이 커진다.

키코상품이 판매된 것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10여년이 지났으나 지난해 5월 윤석헌 금감원장 부임과 함께 재조사가 진행된데 따른 것이다. 윤 원장은 금감원장 부임 이전부터 키코상품에 대해 불완전판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달 열리는 분조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일각에서는 분조위가 피해액의 20~30%선에서 권고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키코상품 판매로 물의를 빚었던 일본 은행권의 조정결과와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측은 윤석헌 원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해온 만큼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이 키코상품 판매에 대해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인정될 경우 배상비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있으나 손해배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나간만큼 은행권이 금감원의 권고안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공대위 측은 분조위 심의에서 피해액의 100%를 배상하라는 권고안이 도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은행권이 수출기업에 여신제공을 빌미로 키코상품을 강매한 만큼 피해금액 전부를 배상받아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인 입장"이라며 "일각에서 20~30%의 조정안을 전망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와 같은 조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다 일사부재리 원칙을 깨고 다시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해도 피해액의 100%를 배상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 전인 지난 2012년 8월 서울중앙지법은 테크윙 등 4개 기업이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SC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 손해배상청구와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은행은 기업들이 청구한 금액의 60~70%를 돌려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힘든 환율 변동 방향이나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 은행권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공대위 측은 일부 언론의 전망과 비슷한 수준의 권고안이 도출될 경우 법적인 절차에 나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2013년 대법원 판결이 사법농단 중 하나였기 때문에 당시 판결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공대위 측의 주장이다.

은행권은 배상비율을 떠나서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사안에 대해 배상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 배임 문제가 불거진다는 점을 들어 배상 권고안이 나올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고민되겠지만 금감원과의 관계를 신경쓰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일성하이스코 등 배상을 신청한 이들 기업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다른 기업들도 키코상품 강매로 인한 피해를 받았다며 신청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은행권이 권고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1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한 만큼 일부라도 배상하라는 권고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상한대로 권고안이 나올 경우 해당 은행들은 선뜻 먼저 나서기 힘들 것이고 그렇다고 금감원의 권고안을 무시하는 것도 불편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기업들이 환율에 민감한 만큼 이와 관련한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데 이제 와서 당시 판매한 외환파생상품이 불완전판매였다고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일부 기업이 차익을 노리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무리하게 키코상품 가입금액을 늘려서 손실도 확대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