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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살롱] '보험가치'와 '경영가치' 충돌

  • 송고 2019.06.25 11:11 | 수정 2019.06.25 17:42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저성장' 보험산업 진짜 위기는 '혁신에 대한 불안과 저항'

방심하는 새 글로벌 경쟁자 한국 추월한다는 점 기억해야

지금처럼 보험산업이 어려울 때 누가 차분히 혁신을 준비했느냐에 따라 향후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보험산업의 진짜 위기는 지금의 나쁜 거시지표가 아닌 ‘혁신에 대한 불안과 저항’이다. 전통 보험사가 새로운 플레이어에 반발하면서 혁신에 대한 저항 기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통 보험사들은 '건어물' 판매식 영업에 골몰하면서도 '생물'처럼 팔딱이기를 주저한다.ⓒEBN

지금처럼 보험산업이 어려울 때 누가 차분히 혁신을 준비했느냐에 따라 향후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보험산업의 진짜 위기는 지금의 나쁜 거시지표가 아닌 ‘혁신에 대한 불안과 저항’이다. 전통 보험사가 새로운 플레이어에 반발하면서 혁신에 대한 저항 기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통 보험사들은 '건어물' 판매식 영업에 골몰하면서도 '생물'처럼 팔딱이기를 주저한다.ⓒEBN


'계·두레·부조'란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옛 조상의 이런 삶의 양식(樣式)은 서로 돕고 살기 위해 탄생됐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던 시절, 십시일반 조금씩 낸 돈으로 어려운 처지가 된 사람을 돕고, 내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는 도움 받았다. 상호부조는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한 인간의 지혜다. 동서양이 널리 활용한 상호부조 제도는 주식회사 도입, 증권시장 태동 등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의 보험으로 변화했다.

보험사들은 보험 앞단과 뒷단의 서비스를 가입자에 제공하며 돈을 벌었다. 보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기에 전통 보험사들은 '상부상조'와 '위험관리'란 개념을 세일즈했다. 업(業)이 주는 의미에 충실하다보면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고객과의 관계(보험가입 기간)도 최소 1년~수십년에 걸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사이버 보험, 디지털 플랫폼, 맞춤형 보험 등 새로운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느린 대응으로 시장에 처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안정성'과 깊이를 중요시하는 분야는 시장 변화속도에 둔감할 수밖에 없고 전통 보험사의 굼뜬 행동은 오랜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는 사이 후발주자가 '보험가치'보다 시장흐름을 읽어내는 '경영가치'를 내세워 밀고 들어왔다. 대표적인 플레이어가 메리츠화재다. 혁신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는 보험을 자본주의적 상품으로 재해석해 시장 니즈를 탐색해나갔다.

이렇게 내놓은 상품이 펫보험(강아지·고양이실비보험), 치매보험, 치아보험을 비롯한 장기보험이다. 통계 활용도를 높이고 언더라이팅 관문도 넓혀 문호도 개방했다. 한정된 경영 자원을 블루오션에 집중하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 방카슈랑스, 자동차보험은 타깃에서 제외했고 경쟁력을 집중할 수 있는 장기보험과 보험대리점 채널을 공략하면서 통계 활용도와 신상품 개발 속도를 향상시켰다. 우량계약 모집 시스템이 메리츠의 영업 기밀이란 말도 들린다.

혹자는 메리츠가 수족관에서 팔팔 살아있는 생물같은 보험을 판다면, 전통 보험사들은 말린 건어물을 파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전통 보험사들은 메리츠의 행보가 영 마뜩찮다. '보험가치'를 중시하던 기존 보험 질서를 훼손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급기야 올해 초 치매보험 대란을 두고 전통 보험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화했다.

전통 보험사 중에서도 보수파들은 "메리츠는 자극적인 방법을 동원해 시장 혼란과 과당 경쟁을 부추기는 미꾸라지"라고 일갈한 데 반해 혁신 의지가 있는 개방파들은 "정체한 보험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박차를 가하는 '메기'라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일부 보험사는 '욕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메리츠 영업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모습이다. 보험권 '혁신 경제'와 '기득권'의 갈등이 구체화된 6월 현재 메리츠는 금융당국의 종합검사를 받고 있다.

개인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 '타다' 간의 충돌을 보면서 기자는 전통 보험사와 새로운 도전자 간의 갈등이 오버랩됐다. 두 사건의 기저에는 '(기술, 상품, 영업)혁신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다. 메리츠는 높은 상품 경쟁력과 수당 매력도, 갑을 관계를 깬 GA과의 파트너십, 부지런한 자산운용을 앞세워 기존 시장을 급격히 잠식하고 있다. 지난 5월과 연초 메리츠는 장기인보험 신계약 실적에서 전통강자 삼성화재를 앞질렀다는 게 대표 징후다.

금융증권부 김남희 기자ⓒEBN

금융증권부 김남희 기자ⓒEBN

전통사들은 메리츠를 두고 "돈이 되는 것이면 업계는 생각하지 않고 일감을 만든다"고 비판하지만, 메리츠가 선두적으로 내놓은 펫보험만 해도 1년간의 자체 연구와 조사를 거친 노력의 산물이다.

설령 당장은 돈은 되지 않더라도, 확대될 반려문화를 고려한 '선제적 시장 만들기'다. 덕분에 전통 보험사들도 외면해온 펫보험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격식 파괴와 성과주의'로 직원들의 역량 극대화에 초점을 둔 메리츠의 기업문화에 경쟁사들이 관심을 갖기도 한다. 메리츠 직원들의 성과평가 기준에는 수익 극대화만 있지 많고 (비산술적인) 기업 가치 확대도 담겨 있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롯데손해보험이 구조조정을 거쳐 재매각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같은 경영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메리츠를 벤치마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메리츠가 상장 손보업종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5년전 1조3000억원 이었던 메리츠화재 시가총액은 현재 두배 수준인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보험 산업이 그 어느 때 보다 어렵다고 한다. 시장 포화와 저성장·저금리 지속,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국내를 떠나 해외로 나가자니 글로벌 경쟁은 국내보다 치열하다.

그렇다보니 보험산업 전체 수입보험료는 2016년 204조31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보험산업 수입보험료는 201조9000억원으로 전년도 202조3000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이같은 하락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최대 우려다. 보험해약율도 늘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의 해지환급금 규모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다음이다. 실력은 장마(불황)가 그쳤을 때 나온다. 비가 올 땐 모두가 몸을 사리지만 비가 그치고 난 뒤는 모두 천차만별이다. 장마 기간 농기구를 잘 정비하고, 새로운 농사법을 개발해놨다면 해가 뜸과 동시에 일하러 나갈 수 있다. 그만큼 농작물 수확도 풍성해질 것이고 흉년에도 버틸 만하다. 반대로 장마 기간 멍하니 있다가는 경쟁사를 뒤쫓기 바쁘다. 한국 최대기업 삼성전자도 'D램 보릿고개'로 사정이 좋지 않다.

이처럼 어려울 때 누가 차분히 혁신을 준비했느냐에 따라 향후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보험산업의 진짜 위기는 지금의 나쁜 거시지표가 아닌 '혁신에 대한 불안과 저항'이다. 전통 보험사가 새로운 플레이어에 반발하면서 혁신에 대한 저항 기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통 보험사들은 '건어물' 판매식 영업에 골몰하면서도 '생물'처럼 팔딱이기를 주저한다.

그러면서도 메리츠의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영업, 높은 수당 시책은 비판한다. 리스크관리자인 금융당국으로선 이슈메이커, 메리츠를 먼저 살펴볼 수밖에 없다. 새로운 플레이어에 대한 우리 보험권의 강한 저항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종합검사를 통해 메리츠는 검증될 것이고 판단은 그때 가서 하면 된다.

전통 보험사들은 과연 업력 50년간 어떤 보험 헤리티지를 일궜는지 돌아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보험사들이 보험사-설계사-고객 모두 유리할 수 없다는 제로섬 게임에 임했다면, 메리츠는 보험사-설계사-고객 모두 좋을 수 있다는 윈윈 게임을 하고 있다. 그 전제는 일사분란한 연구와 리스크 예방, 치밀한 통계 분석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통 보험사의 게으름을 지적했다.

'보험가치'를 위한 보험사도, '경영가치'를 극대화할 보험사도 플레이어로 함께 뛸 수 있다. '혁신에 대한 불안과 저항'도 자연스런 일이지만 그사이 다른 글로벌 경쟁자가 우리를 추월해 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정부의 중재력이다. 시장 흐름을 꿰고 변화를 주도하는 자와 변화를 거부하는 자 사이에서 조율을 해줄 가장 큰 힘은 공공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과 규제당국이 지금 보다 더 미래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경영 철학과 방식이 다를 뿐인데 보험권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는 경우가 다반사다. 갈등에 더 민감해진 보험권 규제 전략을 조심스럽게 펼치기 위한 것이라 이해하면서도 '보험가치'에 사로잡혀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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