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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직장 괴롭힘' 보험으로 해결…한국은

단체보험에 전문상담 서비스 연계…피해 시 변호사 비용 지급
국내 보험사 "경험치 없어 요율산정 어려워, 가이드라인이…"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9-06-19 15:40

▲ 일본 메트라이프생명은 이달 17일부터 단체보험 계약자인 기업·단체를 대상으로 티팩(T-PEC)사의 '건강경영 어시스트팩' 서비스를 연계 제공한다.ⓒ픽사베이

한국과 일본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이 첨예한 노동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관련 피해를 집중 보장하는 보험사들의 상품 출시가 활발한 반면 우리나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메트라이프생명은 이달 17일부터 단체보험 계약자인 기업·단체를 대상으로 티팩(T-PEC)사의 '건강경영 어시스트팩' 서비스를 연계 제공한다.

건강경영 어시스트팩은 △해러스먼트(괴롭힘) 접수·상담 서비스 △법률 상담 서비스 △인사·노무 핫라인 △마음치료 전문의의 세컨드 오피니언(자문진료) 서비스 총 4개 서비스로 구성된다. 이를 기업·단체용 건강증진형 보험 '당신과 회사의 건강 계획'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보험금 지급뿐 아니라 예방건강·치료 후 케어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일본은 직장 내 권력형 괴롭힘·폭력을 '파와하라'(파워+해러스먼트)로 일컫는다. 지난해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에서 발생했던 한 초급장교의 자살의 원인이 상관들의 집단적인 언어폭력에 의한 파와하라로 밝혀진 사례도 있다.

이처럼 파와하라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일본은 단체보험에 부가하는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상품도 다수 있다.

사쿠라소액단기보험의 '나데시코(패랭이꽃)보험', 에루소액단기보험의 변호사보험 '커먼라이프', 프리벤트소단보험의 변호사보험 '미카타(우리 편)' 등이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이 보험들은 괴롭힘 피해를 당한 직원들에게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다. 사쿠라소단사는 채팅으로, 프리벤트소단은 전화로 고객 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파와하라로 기업이나 임원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경우에 대비한 '고용관행 배상책임 보험'도 활발히 팔리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1년간 일본 4대 보험사의 괴롭힘 보험 판매 건수는 4만6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6% 증가했다. 2년간 2배 이상의 가입률을 나타낸 보험상품도 있다.

우리나라는 보험업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보장하는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민단체 '직장 갑질 119'에 따르면 이메일 10~20건, 오픈 채팅 30~40건, 온라인 모임(밴드) 20~30건 등 하루 평균 70여 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학교폭력 등 따돌림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어린이보험은 있으나 아직까지 직장 내 따돌림으로 인한 보상상품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축적이 충분치 않다.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보험요율 산출이 어려워서다. 보장 대상이 돼야 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 자체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대로 없는 상황이었다. 올 2월에서야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이 발표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험치가 없어 요율 산정이 어렵다. 보험료 책정 수준을 모르는 것이 통상 보험상품을 처음 만들 때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라며 "이와 함께 정부의 상품개발 가이드라인을 받아봐야 한다. 가이드에서 허용이 안되는 부분이라면 미리 만들어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내달 16일 시행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산재보상에 포함되지 않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민간보험 영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보험업계는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우려한다. 특화보험을 상용화하기 위한 손익 부합성, 고객 니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초기에는 직장 내 괴롭힘 보장을 단독 보험상품으로 내놓는 대신 단체보험에 특약 형태로 취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험사 전문가는 전했다.

한국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각 나라의 환경, 인프라 등 특성에 맞게끔 출시해야 하는 만큼 적용여부 역시 다르다"며 "지금까지 수요나 니즈 판단없이 선도적으로 출시한 상품들은 많은 수가 실패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