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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천 영아 아사 막을 순 없었나

  • 송고 2019.06.13 09:01 | 수정 2019.06.13 09:01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7개월된 영아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경악스럽고 참담할 뿐이다. 그 아기를 생각하면 심장을 후벼파는 고통이 전해진다. 아기를 키워 본 부모들은 안다. 단 몇 시간만 젖을 안 줘도 목청이 떨어지도록 우는게 아기인데 6일을 굶겼다고 하니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더욱이 아기가 굶주려 있던 그 시각에 아빠는 게임방에서 게임을, 엄마는 지인들과 밤새도록 술을 퍼 마셨다는 사실에 분노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 사건 기사에 대한 댓글을 보면 "어떻게 자기들이 낳은 아기를 굶겨 죽일 수 있나" "악마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잔인하다" 심지어는 "사형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등의 부모에 대한 비난이 넘쳐난다.

아빠는 21살, 엄마는 고작 18살이다. 본질은 어린 부모의 철없는 행동으로 빚어진 참극이다. 어리고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 하지만 이들만의 잘못으로 치부하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 부모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만 가동했다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영아 아사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이유다.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거나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부모에게 온전한 직업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들에게 임신과 육아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어린 부모에게 아기를 키우기란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18살의 어린 엄마는 육아로 누구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경찰 수사 내용과 어린 부모의 SNS를 보면 21살 철없는 아빠는 출산 이후 육아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7개월 동안 엄마는 혼자서 힘든 육아를 도맡았다. 엄마는 남편의 무관심과 외도, 육아 스트레스에 점차 지쳐갔다. 사건이 일어나기 약 2주전에 올라온 엄마의 SNS 글을 보면 남편에 대한 가득한 원망과 함께 더이상 아기에 대한 사랑도 식어 있음이 드러나 있다.

어린 엄마의 심적 변화는 개인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독박 육아를 하는 산모들한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산후우울증이라는 질병과 유사하다.

삼성서울병원 우울증센터에 따르면 산모의 80% 이상이 산후우울감을 경험하고, 10~20%는 더 악화된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산후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85%가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증상이 악화되면 아기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거나, 더 심해지면 자살이나 아기를 살해하기도 한다.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7개월 아기를 놔두고 밖으로 나가 버린 어린 엄마의 행동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어린 엄마의 무책임한 행동의 근본 원인이 극심한 산후우울증이였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지자체마다 산후우울증 등을 관리해주는 복지 프로그램이 있다. 상담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산모에게 육아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복지정책도 소개해준다. 특히 산모의 우울증 정도가 심하다 싶으면 더 자주 방문하며 꼼꼼하게 관리를 해주게 돼 있다. 이 복지 프로그램이 제대로 제공됐다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무조건 현금으로 지원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출산지원 정책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점검뿐 아니라 개선을 해야 한다.

출산 가정에는 아기 필수품인 분유와 기저귀 값 지원 명목으로 매월 약 30만원 가량이 제공된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인천시의 경우 만18세 부모에게는 임신 1회당 120만원이 제공되고, 저소득층이라면 분유와 기저귀 값이 추가로 제공된다. 하지만 지원금이 엉뚱하게 쓰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 사건의 부모도 과연 지원금을 아기에게 제대로 사용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무조건 현금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인력을 통해 가정에 직접 분유나 기저귀를 제공한다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물품을 전달하면서 아기나 산모 등의 건강 상태도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분에서 영유아업계가 육아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어린 부모들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사회공헌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비극 발생 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에 주변의 여러 사람이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이웃과 단절된 사회에서는 그 역할을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대신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예산과 인력이 임신 및 출산가정의 복지에 투입되고 있지만, 실효성이나 진정성 없이 사용된다면 이번 인천 영아 아사 사건이 재발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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