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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회적 가치'도 측정…최태원式 딥체인지 가속

주요 3개 계열사, 지난해 총 12조원 규모 사회적 가치 창출
각사 KPI에 사회적 가치 50% 반영…"지속가능한 기업 초석"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등록 : 2019-05-21 13:00

▲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측정 결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 구축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마련됐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DBL 경영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이다.

SK는 21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SK그룹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총 12조3600억원 가량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SK 관계자는 "재무제표를 각 사별로 공개하듯, 사회적 가치 역시 각 사 별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하게 된다.

더욱이 SK는 앞으로 매년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연말 성과보상 및 승진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한다.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구축…"더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 위해"

SK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어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주요 관계사 추정 결과, 향후 계획 등을 공개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각 관계사들이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경제 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크게 3대 분야이다.

세부적으로 경제 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다"라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공표해왔지만,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가 최초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성과를 경제활동의 언어인 화폐가치로 측정해 재무성과와 비교 가능하게 한 것은 선구적 시도"라고 말했다.

SK는 지난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으로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 SK 사회적 가치 측정항목. [자료=SK]

◆SK이노·텔레콤·하이닉스, 총 12조3631억원 사회적 가치 창출

SK는 이날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의 2018년도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로 2조3241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로 -1조1884억원을 기록했다. 사회공선 사회성과는 494억원을 창출해 지난해 총 1조1851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189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으로 지난해 1조6709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에서 9조8874억원으로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지만,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4563억원을 기록했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760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조5071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가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생산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온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의 측정값으로 환산됐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각 사는 이번에 산출한 측정값을 기준 삼아 개선 목표를 정하게 된다"며 "마이너스 요소는 줄이고 친환경 사업모델을 확대하는 방법 등으로 플러스 항목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 "시스템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이 중요"

SK는 사회적 가치 평가 측정 방식 등을 공개했지만 아직 측정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각 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의 개선 및 확산을 위해 국내 공기업과 성과측정체계 개발을 협력하고 있으며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등에 사회적 가치 측정의 필요성과 측정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미국 등 약 13개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는 또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현대 회계시스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다"며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업 경영방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New SK'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