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9년 08월 26일 09:49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과태료 너무적다"…법제처가 돌려보낸 법안, 국토부 '눈가리고 아웅'

법률상 주문한 상한에 절반도 못 미치는 양벌규정 수두룩
전문가 "국민의 대표 요구를 집행기관에서 무시하는 처사"

김재환 기자 (jeje@ebn.co.kr)

등록 : 2019-05-21 14:35

국토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법제처에서 퇴짜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태료를 국회에서 정한 상한에 비해 너무나 적은 수준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입법예고된 개정안을 봐도 법률상 상한의 절반에 못 미치는 과태료가 수두룩했다. 신설 항목 외 기존 양벌규정을 하나도 손대지 않은 탓이다.

하도급사의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묵인했을 때 신설 과태료가 최대 1500만원인데 기존 양벌규정을 따르는 산재 사망자 공표 의무 위반 시에는 최대 150만원만 물게 되는 식이다.

▲ 세종시 국토부 청사 전경ⓒEBN 김재환 기자

21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입법예고했던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29일까지 다시 입법예고한다.

이는 기존의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과태료 양벌규정이 국회에서 정한 법률상 상한액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법제처 지적에 따른 조치다.

지난 3월 국토부는 법률상 최대 20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는 법 위반 사안에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책정했고 500만원 상한에는 150만원을 부과키로 했었다.

재입법예고된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위반행위별 과태료가 3월 안에 비해 대폭 상향 조정됐다.

특히 원청이 하도급사의 부정청탁을 묵인했을 경우 최대 과태료(3회 적발)는 기존 5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3배 올랐다.

또 원청이 수의 또는 경쟁 방식으로 하도급 계약을 입찰하기 전에 공사 내용(설계 도면·물량 등)을 고시하지 않았을 경우 최대 과태료는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개정된 법률에 영향을 받는 신설 조항 외에 기존 항목은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률상 상한액의 절반 이하로 과태료가 책정돼 있는 기존 항목은 총 19개 중 8개에 달한다.

예컨대 최대 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는 법 위반 사안별 양벌규정은 △산업재해 사망자 및 중대재해 발생현황 공표 의무 위반 150만원 △하도급계약서에 도급금액과 공시기간, 하자분쟁 해결방법 등 미기재 150만원 △원청의 직접시공계획 통보 의무 위반 15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 외에도 △건설사업자 대상 의무 교육 미이수 100만원 △원청이 하도급사에 계획상 없는 공사 수행 시 서면으로 요청해야 하는 의무 위반 100만원 △부적격 시공업체에 발주 또는 하도급 적발 시 50만원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정한 법률을 정부가 무력화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법률상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는데도 집행기관인 정부의 대처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관련 연구원 전문가는 "국민의 대표(국회)가 요구한 처벌 수위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법 위반을 심판하는 건 결국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 공직자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이유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 10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정·청 민생현안회의 전에 나눈 대화에 대한 언급이다.

당시 이인영 원내대표가 "정부 관료가 말을 덜 듣는다"는 등의 얘기를 하자 김수현 정책실장은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이인영 원내대표는 "단적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법제처의 과태료 개정 요청이 의무가 아닌 권고였기 때문에 기존 항목을 수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롭게 신설하는 것은 법제처 권고한 기준에 맞춰서 가는 거고, 그렇다고 기존 것들을 다시 갑자기 올릴 경우 급격한 규제 강화 소지가 있다"며 "개정 소요가 있으면 손댈 예정이다. (법제처 권고는) 강제도 아니고 권고다"라고 말했다

▲ 건산법 시행령 양벌규정 중 과태료가 법률 상한의 50% 미만인 조항ⓒ건산법 시행령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