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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덩치싸움에 변수로 떠오른 사모펀드

금융지주, 1위 경쟁·지주체제 확보 위해 비은행부문 계열사 확대 적극 나서
매각차익 바라보는 사모펀드, 롯데카드·롯데손보 인수전서 금융지주 제쳐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5-20 17:12

▲ 금융지주들 사옥 전경.ⓒ각사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들이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인수전에서 사모펀드가 나란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향후 매물로 나올 금융사들 인수전에서 금융지주들간 경합을 예상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한상원 대표의 탈세의혹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과 롯데카드 인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15일 한앤컴퍼니와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KT 노조가 한상원 대표, 황창규 KT 회장 등 5명을 탈세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계약 체결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 인수전은 한화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의 2파전으로 예상돼왔으나 한화그룹이 본입찰에 불참한데 이어 우리금융그룹이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쟁구도로 비춰졌다. 하지만 한앤컴퍼니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롯데카드는 사모펀드를 새주인으로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또다른 금융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도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롯데카드와 달리 롯데손보 입찰에서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JKL파트너스 뿐 아니라 MBK파트너스도 적격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관심을 보였다.

금융지주들이 매물로 나온 금융회사들의 인수전에 적극 나서는 비은행부문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 때문이다.

올해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아시아신탁의 계열사 편입을 마무리한 신한금융은 이사회를 통해 6600억원 규모의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신한금투는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게 돼 금융당국이 정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격조건을 갖추게 된다. 초대형IB 지정에 이어 단기금융업 인가까지 받게 될 경우 발행어음 사업에 나설 수 있다.

1위 금융지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그룹의 계열사인 KB증권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데 이어 6월 초 발행어음 사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금투도 주총 소집이 필요없는 비상장사라는 점을 활용해 유상증자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금융지주로 새출범한 우리금융도 자산운용사 인수로 비은행부문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우리금융은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위해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올해 1월 회장 취임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나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보험사는 자본확충 문제가 있어 올해는 어렵고 증권사의 경우 올해 인수하지 못하면 공동으로 지분투자하는 방법도 검토하겠다"며 "자산운용사나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 등의 인수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회장의 말처럼 지난 4월 국제자산신탁과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우리금융은 자산운용사 두 곳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며 내부등급법 전환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인수부담이 적은 비은행 계열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위 금융지주 자리를 되찾은데 이어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91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수성한 신한금융의 저력은 비은행부문 강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발표와 함께 신한금융 관계자는 "GIB 사업부문의 성장은 캐피탈, 생명 등 그룹사 손익개선에 기여하며 오렌지라이프 편입을 통한 안정적인 보험이익 시현과 함께 비은행부문의 견조한 손익흐름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전체 실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금융은 지주체제 구축을 위한 비은행부문 확대가 절실하다.

현재 우리금융에 적용되는 표준등급법으로 인해 자기자본비율(BIS)이 약 4% 낮게 산출되는 부담을 감안하면 중소형사 인수와 함께 대형사에 대해서는 지분투자에 나섰다가 표준등급법이 내부등급법으로 전환된 이후 잔여지분 인수를 통해 계열사를 늘릴 수도 있다.

롯데카드에 대해 우리금융이 20%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MBK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이와 같은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이나 한앤컴퍼니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롯데카드 인수는 물건너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MBK가 금융사 인수에 적극 나서는 배경으로 오렌지라이프 성공사례를 꼽고 있다. 오렌지라이프를 신한금융에 매각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본 MBK가 이와 같은 수익구조 재현을 꿈꾸며 롯데손보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에 육박하는 등 재무구조 안전성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투자여력이 크게 확대됐다"며 "하지만 사모펀드들이 금융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향후 시장에 나오는 매물들의 주인이 금융지주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