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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만 잡으면 끝?...각론 없이 총론뿐인 주거정책

김재환 기자 (jeje@ebn.co.kr)

등록 : 2019-05-03 10:06

▲ 김재환 기자/EBN 산업부 건설부동산팀
"조선이 망한 이유 중 하나는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었기 때문."

한 역사학자는 우리 역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큰 틀의 제도는 잘 만들었지만 사안별 세부 규정이나 감독 체계가 부실한 탓에 각종 폐단을 막지 못했다는 얘기다.

18세기 말 '북학의'를 쓴 박제가도 비슷한 맥락에서 "공리공담에 유능하지만 실제 사무에 무능하다"고 동료들을 질타했다.

케케묵은 역사 얘기에 공감하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21세기 우리네 주변에서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주거정책은 황당할 정도다. 담대하고도 선언적인 목표를 실행할 정책 내용에 '어떻게'나 '얼마나', '어느 정도' 등 정작 중요한 문제가 빠져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우선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겠다'면서도 투기수요와 투자수요 또는 실수요를 구분하는 방법은 미지수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시점이 언제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토부는 '투기적 수요에 의해 주택시장이 불안해지지 않을 때'라는 애매한 답변을 반복한다.

정부가 스스로 인정했듯 실수요 외에 가수요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측정하는 방법이 요원한 데도 말이다. 그저 감으로 때려 맞출 요량인지 알 길이 없다.

또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는 현 정부 출범 이래 집값 상승률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의 하락세가 적당한지 물으면 '소득에 비해 아직은 비싸다' 수준으로 일갈한다.

기자가 기대하는 답변은 적어도 "최근 10년간 소득 상승률이 x%인데 반해 집값 상승률은 y%에 달했다. 따라서 정부가 판단하기에 집값은 z 수준까지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정도였다.

이런 수준을 기대했다고 주변에 푸념하자 돌아오는 답변이 웃프다. "공무원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것 아니냐"고.

애증의 관계일수록 가슴에 송곳처럼 꽂히는 말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식으로 포기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언론은 기대를 내려놓는 법이 없다. 지난해 '집값 못잡으면 이 정부도 끝'이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았을 때 대책 마련에 혈안이 됐던 국토부.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하고서 긴장을 놓을 때가 아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 다시 시작점에 섰다는 각오로 각론을 빼곡히 채워나갈 시점이다. 공리공담만 늘어놓은 채 남은 임기 3년 동안 집값이 뛰지 않기만 바라고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