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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유엔 특보 권고안 이행하라"…미흡한 주거복지 정책 질타

소득 대비 과도한 임대료 부담·부족한 세입자 보호 조치 등 지적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초생활보장법·주거급여법 개정 필요

김재환 기자 (jeje@ebn.co.kr)

등록 : 2019-04-29 14:56

"고시원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한국 주거권 상황을 살펴본 유엔 특보는 어떻게 해야 한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우리나라 어떤 관료보다도 진정성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주거권 실태조사 결과가 담긴 유엔 특보의 권고안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요구가 제기됐다. 권고안의 요지는 한국 정부 정책이 투기억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주거복지 측면에서 국제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주거 취약계층의 임대료 부담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고 세입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며 노숙인과 청년 등 취약계층 대상 정책이 편협하다고 비판했다.

▲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엔 적정 주거 특별보고관 권고안 이행을 위한 토론회' 현장 모습ⓒ김재환 기자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거권실현을위한한국NGO모임 등은 '유엔 적정 주거 특별보고관 권고안 이행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월 제40차 UN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레일라니 파르하 UN 특보 보고서'에 따라 우리나라의 주거 문제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에는 △취약계층의 임대료 과다 △세입자 권리 △노숙인(홈리스) △주거급여 △고시원·쪽방 등 비주택 △강제퇴거 문제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취약계층 대상 국내 정책 관련 내용이 담겼다.

파르하 특보 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저소득가구의 경우 소득의 26.3%를 임대료에 지출하고 있고 수도권 전체 가구의 33.6%가 과도한 주거비 부담에 직면해 있다.

또 2년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 권리가 주어지지 않고 임대인이 임대료를 제한 없이 인상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파르하 특보와 비슷한 지적과 함께 취약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주거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소득에 비해 빠른 임대료 상승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거처로 내몰리고 있다"며 "쪽방과 여관·여인숙, 고시원에서 가난한 이들의 비참한 죽음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 차액을 정부가 보조하는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나친 주거비 부담으로 생활여건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이어졌다. 유엔 특보가 문제제기 한 바와 같이 주택가격 상승기에 전세금이 대폭 인상되는 등 폐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은 "다주택자가 소유하면서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장기임대주택 총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외에 지적된 법률 개정 요구사항은 △주거기본법상 강제퇴거 원칙을 국제인권법 기준에 따라 개정 △사회보장기본법·주거급여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외국인과 이주민, 성별, 노숙인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이다.

▲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은영 소장(왼쪽 첫째) 모습ⓒ김재환 기자

최은영 소장은 "(현 정부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봐야 하는데 그런 노력들 매우 부족해 주거복지로드맵을 시급하게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가장 가난한 사람들 (문제가) 언젠가 해결되겠다는 얘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특보가 언급했듯 정부 정책은 늘 이성애 부부와 정상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청년을 위한 정책은 '끊임없이 일하고 결혼하고 출생하면'이라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청년·신혼부부로 묶인 정책 대상자마다 복지 수요가 다른데도 1인 가구나 비혼과 같이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대상에 대한 정책 배려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