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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사 앞둔 금융권…약과 독 사이 '투서' 공포

검사철만 되면 금융당국에 난무하는 금융사 내부제보와 경쟁사 투서
일부에선 "마녀사냥식 음해성 메시지에 금융사 희생되어선 안된다"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04-29 13:44

▲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금융사들이 긴장감을 넘어 공포감에 휩싸였다. 검사철만 되면 금융당국에 난무하는 금융사 내부제보와 경쟁사 투서 때문이다.ⓒEBN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금융사들이 긴장감을 넘어 공포감에 휩싸였다. 검사철만 되면 금융당국에 난무하는 금융사 내부제보와 경쟁사 투서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마녀사냥식’ 음해성 투서에 금융사가 희생되어선 안 된다는 동정론이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제대로 피검 받은 금융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종합검사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금융사들은 음해성 투서를 의식하며 태풍권으로 진입한 모습이다. 4년만에 부활한 종합검사인데다, 실적 압박이 커지면서 회사 내부 실적 경쟁과 동종 경쟁사와의 경쟁 강도도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사들은 성과 경쟁이 치열해 인사와 감사철만 되면 특정인과 특정부서를 향한 투서가 감사실에 집중되기로 유명하다.

이런 관행이 금융당국 종합검사 때도 불거질 것이란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쟁사들의 음해성 제보와 투서가 금감원에 몰릴 수 있어서다. 이 같은 투서가 당국의 깊은 검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 검사 대상 금융사를 긴장시키고 있다.

악의적 의도가 담긴 내부 투서도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 금융사들은 일부 과도한 성과주의 KPI(핵심성과지표)를 운영중이다. 과도한 경쟁 구도의 금융사의 경우 경쟁부서와 경쟁자 인사고과 및 성과보수에 불이익을 줄 의도로 음해성 투서가 난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는 과거보다 ‘따로국밥’으로 노는 조직문화와 과도한 성과주의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로열티와 조직력 중심의 금융사 시스템은 동료의 일탈을 예방하는 구조다”며 “하지만 성과주의가 강한 곳은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식의 조직문화가 짙다보니 경쟁자를 음해하려는 혼탁상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시장이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전 금융권이 '지뢰밭'으로 전락한 양상이다. 4년 만에 종합검사가 부활한데다 금융권의 종합검진이라 할 수 있는 종합검사 대상이 속속 확정되면서 숨겨진 내부 문제와 불법적 요소가 드러나는 케이스가 없으리라곤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다.

단적인 예로는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케이스다. 금감원은 지난해 관련 제보건을 점검한 잠정 검사를 토대로 신한은행 12건, 신한카드 4건, 신한생명 6건 등 총 22건의 특혜채용 정황을 파악했다.

이 같은 내부 투서와 경쟁사 제보가 자칫하다간 금융당국의 심도있는 검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 금융사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최악의 경우 임직원 제재 및 금융사 금전 제재로도 번질 수 있다. 검사 대상 금융사들은 이같은 부분을 크게 우려하는 듯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물론 투서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금융사에 대한 그물망식 모니터링을 통해 경영 건전성 및 소비자보호를 구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거론된다.

종합검사 대상으로 선정된 금융사 한 관계자는 "내용의 정확성을 떠나 악의적인 의도의 투서와 제보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제기될 것인가를 놓고 금융사 감사실들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금융권 전반에서는 종합검사 기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확실하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건전성을 이끌어 가는 금감원이 엄격한 내부통제와 선진 및 과학화된 검사 기법을 전제로 종합검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금감원이 난무하는 투서와 제보에 연연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국세청의 경우 과거 △익명에 의한 투서 △막연한 내용의 투서 △사원에의한 종업원·해고자의 감정적 투서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정보 가치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제보와 투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기준은 별도로 없다"면서 "다만 해당기업 검사팀장 재량 판단과 의사결정이 우선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은 한 행사에서 "저인망식 종합검사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현재까지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등 4개 금융사를 검사대상으로 확정했다. 5월 준비기간이 지나면 6월부터 검사가 시작될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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