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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경제읽어주는남자의 '디지털 경제지도'

디지털 기술이 바꾸는 경제의 지각변동을 '한눈에'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등록 : 2019-04-15 16:10

▲ '디지털 경제지도' 표지. 지은이 김광석/324쪽/1만6000원ⓒ지식노마드

디지털은 21세기 삶의 기본 플랫폼이다. ▲아기가 울면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준다. ▲현금을 소지하는 이유는 카드 결제가 안 될 때를 대비해서다. ▲종이 신문은 이제 어색하다. ▲주민등록증 같은 본인인증 방법은 구식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게 편하다.

언급된 다섯 가지 중에서 나에게 해당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같은 기술 용어를 몰라도 이미 우리는 모바일로 뉴스를 읽고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업무를 처리하며 유튜브 동영상으로 아기를 달래는 일에 익숙하다.

일상의 변화는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4차 산업혁명'의 담론이 일며 로봇이 인간의 일을 어디까지 대체할지,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발전할지 등을 둘러싸고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이런 다양한 주제의 논의는 사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란 큰 흐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술적 발전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회 모든 영역에서 격변을 겪을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상을 산업의 생산성 측면에서 설명하는 단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개념의 도입 단계와 실행 단계는 이미 지났다. 지금은 디지털의 궁극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를 두고 경쟁하는 단계다. 기업 전략, 국가 정책, 개인 역량 차원에서도 디지털은 생존 조건 그 자체가 되어 있다.

아날로그 경제에서 통용됐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채용원칙, 제조방식, 교육방식, 자산관리법을 고집했다가 무너진 글로벌 완구유통업체 토이저러스, 대형 유통매장 시어스,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을 떠올려보라. 또 필름 시장의 타이탄으로 군림하던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이를 외면한 결과 얼마나 쓸쓸하게 시장에서 퇴장해야 했는지도 생각해보라.

이 책은 산업을 넘어 우리 생활 곳곳 깊숙이 자리 잡은 디지털 경제의 발화점부터 전개 양상, 작동 메커니즘을 추적함으로써 현실을 빚는 기본 틀로서의 디지털을 새롭게 인식하고 미래의 풍경을 그려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중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다섯 가지 양상으로 전개된다. 각각의 양상은 독립적으로 자생하지 않으며 한두 가지가 두드러져 나타날 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 번째 ‘비대면화(Untact)’다. 사람을 통하지 않고도 모든 활동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본인 인증’을 예로 들어보자. 본인 인증은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넘어오면서 두드러진 문제다. 과거에는 사람을 직접 만났기 때문에 본인 인증 방법이 정교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모든 활동이 온라인,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면서 상대방이 바로 그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정교해질 필요가 생겼다. 공인인증서, 일회용 비밀번호, 보안카드 등이 바로 비대면 인증 방법의 대표적인 예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되면서 본인 인증 방법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은 패턴 인증에서 지문 인증, 얼굴 인증으로 진화했다. 온라인 쇼핑몰 중에는 홍채 인증을 도입한 곳도 있다. 지문, 홍채 등 인간의 고유한 신체적·행동적 특징에 대한 생체정보를 자동화된 장치로 추출하여 개인을 식별하거나 인증하는 기술을 생체인증 기술이라고 한다.

생체인증 기술이 특히 더 유용한 곳이 전자상거래 및 ATM, 금융기관 영업점이다. 거래에서 본인 확인은 가장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미쓰비시 UFJ 은행은 전국 ATM에 이미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본인 인증을 확산시켰고,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은 ‘손가락 정맥’을 인증 수단으로 상용화했다. 미국 US뱅크와 호주의 BNZ 은행은 모바일 뱅킹 앱에서 고객 본인의 음성 인증을 실시하고 있다.

두 번째는 ‘탈경계화(Borderless)’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져 기존의 산업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업종 사이의 융합이 빈번해지는 경향을 말한다. 80년대 미드〈전격 Z작전 〉의 ‘키트’를 기억하는가? 키트는 지금으로 치면 자율주행 자동차다. 주인공 마이클이 손목 웨어러블 장치에 대고 “키트! 도와줘” 외치면 알아서 차주 앞에까지 와 주는 자동차. 과연 누가 환상의 ‘키트’를 현실화시킬까.

구글 계열사 웨이모(Waymo)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선두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차량관리국에 따르면 웨이모가 주행거리나 안전성 면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세계에서 제일 큰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의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은 자사가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1~2년 정도 뒤쳐져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구글은 IT기업일까, 자동차기업일까.

세 번째 ‘초맞춤화(Hyper‐Customization)’다. 기존의 개인 맞춤화를 넘어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한 사람의 기호와 성향을 완벽히 만족시키려는 극대화한 맞춤화 경향을 말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주문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상상했던 그림이 아니어서 반품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역시 옷은 입어보고 사야 돼!”하면서 말이다. 미국의 의류 쇼핑몰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쇼핑 패턴과 기호, 감정 등을 파악해 20여 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데이터를 축적한 뒤 소비자의 구매패턴과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서 가장 적합한 옷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입어 볼 수 없다'는 온라인 쇼핑몰의 한계를 디지털 기술로 돌파한 이 회사는 2011년 1인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2017년 11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28억 달러(한화로 약 3조 1000억원), 직원 수 5800명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네 번째는 ‘서비스화(Servitization)’다. 단순한 제품 판매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완전히 통합하여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정수기와 공기청청기를 공급하는 전자제품 제조사가 유형의 제품 판매가 아니라 렌털 서비스와 주기적 관리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쉽게 볼 수 잇는 서비스화의 사례이다.

바로 눈앞까지 와 있는 서비스화의 대표적 사례가 자율주행 자동차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기 전까지 자동차는 이동수단이었다.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운전 중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라면 달리는 차안에서 신문을 읽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거나 쇼핑을 하고 회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에서 ‘모바일 생활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라는 제품이 서비스화되면서 자동차 산업 자체를 재정의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은 ‘실시간화(Real Time)’다. 데이터가 입력과 동시에 어떤 지연도 없이 즉시 처리되는 일련의 작업 방식이 일반화되는 경향을 말한다. 가장 좋은 예가 ‘스마트 공장’이다. 스마트 공장은 설계, 개발, 제조 및 유통 등 전체 생산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제품을 적시에 생산하는 지능형 공장을 말한다.

제조업 위기를 돌파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공장은 GE, 인텔, 지멘스 등 세계적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16년 시장 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세계 스마트 공장이 2016~2022년간 연평균 10.4퍼트씩 성장을 지속하여 2022년에 74.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이 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다섯 가지 양상을 기업의 다양한 최신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나아가 각 산업 분야에서 전개되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의 변화를 세밀히 관찰하고 설명함으로써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산업별 디지털 미래지도’를 보여준다.

▲바다에서 경주하는 '토끼와 거북이' 편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벌어진 무대는 산이었다. 그런데 만약 바다에서 둘의 경주가 벌어졌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변화는 ‘산’에서 ‘바다’로 무대가 바뀌는 대전환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는 어떤 기업과 어떤 인재가 인정받을까.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선진국 리딩기업의 모델과 행태를 빠르게 모방해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추격의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가지 않은 곳에 길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 수익모델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석적 능력, 창조적 해결능력이 요구된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머신러닝, 암호화, 3D 프린팅 등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다. 개인은 이와 같은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러한 영역은 어떤 영역일까.

대표적으로 의사결정, 계획, 조정, 관리, 의사소통 분야를 들 수 있다. 이런 분야에서는 속도나 암기, 산술적 계산이 중요하지 않다. 비판적 사고, 추론, 아이디어 발상, 감성지능, 창의성, 혁신성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역량이다.

이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산업 지도뿐만 아니라 각 기업과 개인의 미래 직업 문제를 포함해 인간의 모든 활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거대한 디지털의 파도에 올라타서 미래의 기회를 잡으려고 준비할 때 이 책은 좋은 안내지도가 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