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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금융살롱]보험사의 '위험'은 운명인가, 선택인가

  • 송고 2019.04.15 13:57 | 수정 2019.04.15 13:57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치매보험 '선택된 사업' 되려면 과학적 통계측정 전제돼야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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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예상된 해프닝이었다. 치매보험 출혈경쟁과 같은 소동이 과거에도 있었고 대부분 금감원 개입으로 소강됐다. 경쟁은 손해보험업계가 유난히 치열하다. 병원비 100%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이 사라지기 직전인 10년전 손보사들은 '막차타기'식 절판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당시 금감원은 메리츠화재 원명수 부회장과 동부화재 김순환 대표에 대해 유례없이 문책경고를 내리면서 이들이 3년간 연임 또는 타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이번 치매보험 대란이 실손보험 절판판매 데자뷰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역시나 그때처럼 높은 사업비 책정과 출혈경쟁으로 사행성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치매보험 전쟁도 손보사들이 불을 붙였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는 경증 치매진단비로 최고 5000만원까지 주는 특판에 열을 올렸고 '로또보험'과 같은 인상을 어필하며 실적을 쓸어 담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가 '치매보험 매출풍년' 시기로 본다. 업계 전체 기준 약 80만건이 체결됐다는 추산이다. 경증치매보험만 한정할 경우 업계 추산으로는 △현대해상(3만3600건) △메리츠화재(2만9200건) △KB손보(1만4000건) 삼성화재(1만900건) △DB손보(9000건) 순으로 많이 팔았다.

치매보험 판매 경쟁을 문제 삼는 금감원의 지적은 이렇다. "소비자들이 보험에 드는 이유는, '발병 날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병했을 때 큰 비용(손해)을 미리 대비하는 위험회피'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경증치매보험은 가입만 하면 나중에 대박이 될 가능성이 있는 모험추구형 복권처럼 팔렸기 때문에 심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 마디로 위험을 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로또복권 당첨까지 기대하는 소비자의 욕심(보험금 과다 청구)을 훗날 보험사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게다가 금감원은 보험사 경영진은 보험금 청구시기에 같은 회사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별 생각없이 치매보험을 ‘팔아제꼈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자연히 당국의 시선은 과거 모럴해저드로 보험금 과당청구를 초래한 업계 흑역사를 향한다. 지금은 판매가 제한되거나 중단된 치아보험과 여성시대보험, 골프 홀인원보험은 예상통계보다 많은 보험금 청구로 보험사에 큰 손실을 안겼다.

금감원이 보험사들이 의욕만 앞세우다간 큰 코 다친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 보험사 경영진 징계까지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메리츠화재는 “치매보험이 어떤 결말을 낼지 당장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가입 1년차나 2년차에는 절반만 지급하므로 경과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기자ⓒEBN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기자ⓒEBN

치매보험을 가장 공격적으로 판매한 메리츠화재 입장도 어느 정도는 수긍할만하다. 경영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기업의 '자기결정권'이기 때문이다. 사업에 내재된 위험을 어떻게 측정하고 대비하고 있는지가 보험사의 본질적 경쟁력이기도 해서다.

수년전 메리츠화재는 '측정을 통해 경영한다(Manage by measurement)'는 슬로건으로 실시간 보험금 청구 상황이 확인 가능한 시스템을 경영진 스마트폰에 구현했다. 정교한 손해율 관리만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보유한 위험(Risk)을 실시간 마주하겠다는 얘기다.

이 회사 고위 경영진은 "치매보험에 대해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자신하면서 "자신이 퇴직하고 나서도 치매보험으로 문제 생기지 않도록 단단히 살필 것"이라고 단언했다.

치매보험 판매경고 사태를 통해 기자는 오래전 야간산행에서 경험한 '위험'을 떠올렸다. 이대로 하산할 것인가, 한걸음씩 나갈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다 헤드랜턴을 켜고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시간이 흘러 동이 트기 시작하니 어둠은 사라지고 두려움도 끝났다.

위험을 마주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니 위험은 우려했던 것만큼 발현되지 않았고 실체 없이 소멸됐다. '과학적인 측정과 분석, 위험 대비(헷지=헤드랜턴, 느린 속도)가 준비돼 있다면 위험은 스쳐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이라는 가르침을 얻은 개인적인 경험이다.

'월스트리트의 구루'로 통하는 피터 번스타인은 도전하는 삶을 적극 권장한 경제학자로 정평이 났다. 그는 '리스크란 위험, 기회, 미래가 공존하는 세상'이라고 설파했다. 우리 인류가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한 것도 불확실성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영역을 넓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류가 다시 '리스크'하게 살아간다면 지금의 불황도 문제없이 이겨낼 것이라는 역설적인 발언도 남겼다. 리스크를 기회로 만들려면 그는 △리스크의 개념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의사결정 때 관습이나 감정을 배제하며 △비정상적인 보상을 바라지 말 것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리스크라는 단어는 '뱃심 좋게 도전하다(to dare)'라는 의미를 지닌 초기 이탈리아어 'risicare'에서 유래됐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리스크는 분명 '운명'이 아니라 '선택'인 셈이다.

치매보험도 보험사가 선택한 리스크, 계산된 리스크이길 바란다. 주도적으로 위험을 선별하고 취사선택하는 보험사에겐 치매보험 리스크는 '징계 받을 운명'이 아니라 '선택된 사업'일 수 있을 것이다.

치매보험이 '선택된 사업'이 되려면 보험사가 과학적인 통계 측정 후 스스로 선택했느냐가 전제일 것이다. 지금 보험사들은 위험을 선택하고 있는가, 위험에 끌려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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