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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론 부상, 경기부양 역효과 '우려'

물가 올리기 위한 통화 완화정도 확대 역효과?…소비 보단 저축률 증가
'저축률 7%' 투자 위축으로 봐야하지만…금리인하에 "불균형 요소 많다"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4-10 15:07

▲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석 달째 0%대를 기록하면서 소비 촉진을 통한 경기 부양을 유도하기 위한 금리인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유도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석 달째 0%대를 기록하면서 소비 촉진을 통한 경기 부양을 유도하기 위한 금리인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유도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하락한 기준금리에도 물가는 여전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을뿐더러 금리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보다 저축률이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석유·채소 가격 하락과 서비스요금 상승률 둔화 등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4%(전년대비)에 그쳐 2016년 7월(0.4%)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런 가운데 수요압력을 전적으로 반영하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19년만에 최저를 나타내면서 저성장 장기화라는 적신호도 켜진 상황이다. 식료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0.8%로 19년 1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투자가 축소하는 가운데 개인의 소비까지 줄어들면서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저성장이 장기화 된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물가 하향세가 지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소비가 더 줄어들 경우 고용과 임금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요가 줄면서 나타나는 저물가 현상이기 때문에 추가 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제논리대로 통화정책 추가 완화 조정으로 소비를 진작시키고 물가도 상승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지속 하락했다.ⓒ통계청

단적인 예로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물가가 동반 하락할 때 낮은 금리에도 저축률은 꾸준히 상승했다. 소비 지출 확대를 촉진하기 위한 금리 인하 조정이었지만 소비자와 기업은 지갑을 열기는커녕 되레 저축을 늘린 것이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5.25%였던 2008년 8월부터 지난 2017년 11월(1.5%)까지 금리는 3.75%포인트가 하락한 가운데 가계의 저축률을 의미하는 개인순저축률은 같은 기간 3.3%에서 7.6%까지 올랐다.

이 같은 저축률 상승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35.4%를 기록했다. 전이는 1998년 3분기(37.2%) 이래 19년 만에 사상 최고치다.

총저축률은 민간과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의 저축률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국민총처분가능소득에서 최종소비지출을 뺀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총저축률 상승은 소비가 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해 3·4분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2.1%)은 최종소비지출(0.8%)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 금리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보다 저축률이 더 늘어나고 있다.ⓒ네이버
기업도 투자를 점차 줄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9.3%로, 지난 2016년 2분기(29.2%)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투자율은 지난 2017년 4분기 31.8%에서 3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보다는 저축으로 미래에 대비하려는 심리가 확산된 영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저축률 상승은 소비를 유지할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경제 안정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가계의 소비 성향이 낮아지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10년 가까이 지속된 금리인하 추세에도 소비 성향은 꾸준히 낮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독일과 일본, 그리고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 비유로존 3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독일 가구 가처분소득 기준 저축률은 2010년 이후 최고인 9.7%로 상승했고, 스위스와 스웨덴의 저축률은 각각 20.1%와 16.5%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같은 기간 덴마크 민간부문 저축률은 GDP대비 26% 수준을 기록했다. 마이너스금리 도입 전까지 연평균 저축률은 GDP대비 21.3%였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비금융 법인 기업이 보유한 현금·예금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2016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해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소비 진작보다 저축률이 늘어났다고 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위 저금리 역설 현상은 경제 불확실성과 더불어 글로벌 성장 둔화로 투자의 위축 추세 현상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부 경기지표의 부진이 잠시 지속됐다고 해서 당장 통화정책을 통한 조정은 성급한 판단 일 수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해 대외적인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의 불확실성 지속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은 금융안정을 위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이일형 금융통화위원은 "단기적으로 물가압력을 높이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과도한 금융불균형을 유발할 경우 저성장, 부채부담 확대 및 특정 산업 상품의 과잉공급으로 오히려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추세를 하락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도 "대외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며 "미 연준의 경우를 보면 금리정책 방향이 바뀐 게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불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