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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특사경'…알고보니 초동수사 배제한 '반쪽자리'

특사경 역할, 검찰에 이첩된 사건 처리에만 제한했다는 문제 제기
국회 "악성 주가조작 범죄 계속…대응 가능한 신속한 수사팀 필요"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04-04 15:56

▲ 이르면 이달 첫발을 떼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리활동(특사경)이 초반부터 기형 상태로 출발하게 됐다. 금융위가 마련한 운영방안이 특사경 역할을 검찰에 이첩된 사건 처리에 한정해서다. ⓒEBN

이르면 이달 첫발을 내딛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제도가 초반부터 반쪽자리로 출발하게 됐다. 특사경 역할을 검찰에 이첩된 사건 처리에만 한정해서다.

특사경은 금감원 직원이 시세조종(주가조작)·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에서 통신기록 조회, 압수수색 등을 활용한 강제수사를 벌여 신속한 자본시장 문제를 해결토록 하자는 제도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제도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특사경 손발을 묶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가 최근 법사위에 보고한 특사경 운영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 특사경을 10명 안에서 운영하되 우선 한 달 안에 운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또 특사경에 △독립된 사무공간 확보 △최소 2년연속 수행 △노조가입 제한 △인권 침해방지 등을 활동요건으로 제시했다. 앞서 논의된 사법경찰직무법(특사경법) 개정안에는 금융위원장에게만 부여된 사법경찰관 추천권을 금감원장에게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특사경 운영방안에 담긴 실질적인 내용이 특사경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운영 방안에서 특사경 활동 영역을 검찰에 이첩한 사건 처리에만 한정해서다. 금융위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선정해 검찰에 이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해결에만 특사경 역할을 제한했다.

이는 사실상 특사경이 주체적이고 신속하게 자본시장 사고조사에 나설 수 없도록 해 특사경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요인으로 보인다. 제도 시행 초반부터 특사경이 반쪽짜리 기형 제도로 출발했다고 판단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증선위가 패스트 트랙으로 선정하고, 검찰 수사 자료가 필요할 때만 특사경을 지정하겠다는 뜻"이라면서 "유명무실해진 기존 법(사법경찰직무법)으로 되돌아가겠다,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사경은 금감원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리 자격을 부여해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 혐의를 포착했을 때 금감원 직원이 곧바로 강제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도입됐다. 특사경으로 지명되는 금감원 직원은 시세조종(주가조작)·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에서 통신기록 조회, 압수수색 등을 활용한 강제수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장이 금감원 직원을 사법경찰관으로 추천한 적이 없어 사실상 해당법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실시간 투자 행위가 이뤄지는 자본시장에서는 불공정거래 발생 때 조사의 적시성(속도)이 사건해결의 핵심이다.

단적인 예로 가상통화와 보물선 관련주 및 지방선거 테마주가 시장에서 활개를 칠 때 금감원 특사경이 통신기록 조회나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를 전개했다면 증권시장 불공정거래행위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특사경을 좀 더 실효성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금감원 본원의 특사경 지명으로 즉각적인 조사를 통해 신속한 자본시장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금감원 특사경 지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해왔다. 금융위원장이 지난 2015년 8월11일 사법경찰관 추천권한을 부여받은 이후 금감원 직원을 사법경찰관으로 추천하지 않아 법안을 사실상 사문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사위에서 금융위 김용범 부위원장은 "금감원장이 금감원 직원을 직접 특사경으로 추천할 경우 금감원 본원 직원을 검찰이 직접 지휘하게 되어 현행 증권선물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관련 행정 체계가 형해화(형태만 남기고 실질적인 권한은 없게 하는 것)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금감원에 자본시장 수사권을 주면)조사·검사·검정·관리 등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경우에만 민간위탁을 정하고 있는 정부조직법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실시한 법사위에서 참석한 한 의원은 "자본시장에서 악성 주가 조작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이에 대응하려면 전문성 있는 수사팀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사경을 도입했는데 그마저도 증선위 지시에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된다면, 같은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방치된 현재를 맴도는 것과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금융위는 국정 운영과 투자자 보호에 무엇이 필요한 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금융정책 및 산업 진흥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조사단이라는 조사기능을 가지면서 금감원 조사역할을 견제하는 상황이 됐다"고 풀이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사경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권력 오남용 문제는 최소화하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