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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경기둔화 빨간불에도 금리인하론 '시기상조'

"현재 1.75%, 중립금리 수준, 금융 불균형 위험에 경계 늦출 단계 아니야"
"반도체 경기, 일시적 조정 국면·하반기 메모리 수요 회복으로 개선될 것"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4-01 15:4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언급했다.ⓒ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확대되고 있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밑도는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재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현재 경기 상황과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방향을 설명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예상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상 싸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시각이 대두되는 가운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경제에 확실한 완화기조를 권고한 것이 맞물리면서 새나오는 '금리인하론'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연초부터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스탠스를 밝혀왔다"며 "(IMF의 권고처럼) 더 완화적으로 가야하는지 여부는 앞으로 경기흐름과 금융안정상황의 전개방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1.75%는 우리나라의 중립금리 수준이라든가, 시중 유동성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금융 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문답 과정에서 경제가 더 나빠지면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정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전제를 붙여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총재는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과 글로벌 경기둔화 흐름 완화, 자본유출 우려 완화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싸이클 종료 시각에 지난달 초 ECB(유럽중앙은행)는 현 수준의 정책금리 유지 기한을 애초 올해 여름으로 잡았다가 연말까지 늦췄고, 일본은행도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이 같은 입장 변화를 종합할 때 올해 주요국의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이는 국내외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글로벌 경기둔화 흐름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반면에 미국의 무역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줄지 않고 있어서 향후 전개방향과 그 영향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고, 미국은 최근 EU와 일본과도 무역협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또 중국과 유로지역의 성장세도 둔화 흐름을 보임에 따라 글로벌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주요국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장·단기 금리는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로 본 장·단기 금리가 지난달 22일, 2007년 이후에 처음으로 역전됐고, 독일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지난주 수요일부터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전조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지만, 경기 흐름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참가자들이 일시 과민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BIS 총재회의 참석 때, 향후 글로벌 경기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는데, 이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글로벌 경기가 다소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대외여건 변화와 앞으로의 전개방향, 그리고 그동안의 국내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우리경제에 앞으로의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다시 짚어보고 있다"며 "그에 기초한 거시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수출 실적 부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최근 반도체 경기는 일시적인 조정 국면의 성격이 강하고, 하반기 이후 메모리 수요 회복에 힘입어서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은 다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에는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면서도, 그 시기가 하반기에서 자꾸 늦춰지고 회복 속도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느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대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으로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2.6%)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러움을 보였다. 그는 "추경의 규모나, 시기, 용도를 모르기 때문에 4월에도 이를 반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오는 18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2.6%로 유지할지 주목된다.

지난 1월 한은은 올해 연간성장률이 2.6%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는 종전 전망치 2.7%에서 0.1%포인트 낮춘 수치로 이달에도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