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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괄담보대출이 성공하려면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3-22 16:10

▲ 이윤형 기자/금융팀
문재인 대통령이 은행의 여신 심사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혁신적인 중소·중견기업에 앞으로 3년간 100조원의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21일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꿈, 아이디어, 기술을 가진 창업기업에 은행 문턱은 아직 높다. 과거의 여신 관행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금융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동산 관련 권리와 동산·채권 등 자산의 종류가 달라도 묶어서 담보로 제공하는 일괄담보제도를 올해 중에 구체화 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일괄담보제도는 부동산뿐 아니라 특허권, 생산설비, 매출채권 등 서로 다른 자산을 한꺼번에 묶어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다. 부동산 담보가 없는 벤처나 중소기업도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성이 있으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있다면 실물 담보 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경제 산업 활성화와 기존 금융의 만성적 관행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담보 설정 개념을 넓힘으로써 일반 기업은 물론 벤처기업들에까지 유동 자금 지원이 활발해지면 경제 곳곳에 투자와 생산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고, 그동안 자금회수 편의성에 담보 중심의 대출영업으로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의존했던 은행의 대출 관행은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담보로 잡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비 기업가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관건은 채권자들의 실행력에 달려있다. 그동안 금융권에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는 '우산론'은 예전부터 꾸준히 강조돼왔던 덕목이지만, 현장에는 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강조돼온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만 봐도 그렇다. 수년째 감소 추세를 보이는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5월 '동산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은행권에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활용해 관련 대출을 크게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신용과 담보 부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 지원에 은행이 직접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동산담보대출 취급 실적은 73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IBK기업은행의 지난해 실행한 2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체 활용 규모도 부진한 상황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보유한 동산 가치는 600조원이지만 이중 담보로 활용되는 동산은 2000여억원에 불과하다.

실물 담보가 있는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도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 아이디어나 혁신 기술 같은 무형 담보로 대출을 늘리자는 정부의 혁신 방안이 또 다시 기조(基調)로만 끝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담보가 불확실한 상황에 관련 대출을 과감히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 담보 채권이 부실로 이어질 경우 여신 담당자는 책임을 져야 하고, 은행 전체는 실적 부진에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말처럼 부동산 담보 대출이나 가계대출 위주로 안전한 영업만 고수한 은행들도 이제는 변해야 할 필요도 있다. 부실 대출만 걱정해서는 '혁신성'과 '차별성'을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요구한 은행의 관행 개선에는 담보 대출의 개념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손쉽고 안전만 따지고, 앉아서 신청만 받는 대출태도를 적극적으로 수요를 직접 발굴한다면 양적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요인은 충분하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도 정책 방안 제시로 끝날 것이 아니라 현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유인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장이 주저하는 원인은 이미 나왔다. 이를 상쇄시킬 정책적 제도를 제시하고, 금융회사가 부담없이 관련 대출을 활성화하는 요인이 제공될 때 중소·중견, 벤처 기업들에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이고, 리스크 없는 일괄담보대출이 자리 잡을 때 정부와 업계가 말하는 '혁신 금융'이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