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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과 중금리 (끝)]당근 원하지만…산 넘어 산

최우선적 과제 '예보료 인하'는 생보업계와 경쟁
"정부규제, 시장개입 과도…자체 경쟁 구조여야"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9-03-20 16:24


[편집자주]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신용대출'로만 사업을 영위하기는 힘들어진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비롯해 법정 최고금리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고금리 대출은 대출원가를 고려하면 수익성이 예전보다 낮아졌고, 충당금에 대한 부담은 커져서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출시를 본격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업계 선두 저축은행들은 중금리시장에 진출해 금리단층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저축은행업계 소매금융의 격전지가 될 중금리시장 전략을 살펴본다.

저축은행업계는 금융당국이 '당근'을 제시할 경우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활성화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영업 운신의 폭이 원활해야 대출 취급고 또한 늘어날 수 있어서다. 중금리대출도 마찬가지다.

20일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시장개입과 규제가 과도하게 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를 위한 최우선적인 정책 과제로 예금보험료 인하를 꼽고 있다. 예보료는 금융사가 경영부실 등으로 인해 지급불능 상태가 됐을 때를 대비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 미리 적립해두는 보험료를 말한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0.4%)은 은행(0.08%)과 보험·금융투자사(0.15%)과 비교해 2~5배 높다.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제한 규제도 받는다. 전국 6개 영업 구역별로 저축은행은 지역 내 대출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 서울과 인천·경기는 50%, 그 외 권역은 40%의 의무대출비율을 지켜야 한다. 영업점 및 비대면 채널 모두 규제 대상이다.

아울러 △시중은행 수준으로 맞춰진 대손충당금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등도 업계가 꼽는주요과제다. 올 1월 당선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저금리 체제에서 과도하게 부담이 되는 예금보험료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목소리에 점차 자신감이 붙는 이유는 이른바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발생한 이후 꾸준한 체질 개선 노력을 통해 건전성 지표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사태의 재발은 없다는 자신감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9일 공개한 2018년 말 저축은행 영업실적 잠정치를 보면,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1조11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3.9%(423억원)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대출금을 포함한 총자산은 69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9조8000억원) 늘었지만, 총여신 연체율은 4.3%로 지난해 말 대비(4.6%) 대비 0.3%p 하락했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6%로 저축은행에 대한 BIS 규제 비율인 7~8%를 크게 웃돌았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이 고금리대출 취급 시 예대율이 상승하도록 예대율 규제 세부방안을 마련하는 등 중금리대출 활성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선두권에 속하는 10대 저축은행은 이 같은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 시책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해 중금리상품 위주로 대출을 운용, 고금리대출 비중이 업계 최하위 수준인 31.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대출 신규평균 금리는 15.7%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중금리 수준에 부합한다.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중금리신용대출' 상품은 신용등급 4~10등급 차주에 평균금리 16.8%를 적용해 지난해 4분기 판매실적 1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에 힘쓰는 저축은행 대출금리가 타사보다 5%p 이상 낮다면 차주들이 다음번에 대환(갈아타기)을 하거나 다시 돈을 빌릴 때는 이 저축은행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그러면 자연적으로 다른 경쟁사들도 금리가 내려갈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가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논지다. 저축은행으로서도 개인신용대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중금리대출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중금리대출에 한해 제외가 이뤄졌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가 넘어야할 산(山)이 적지 않다. 당장 생명보험업계도 '예보료 인하'를 외치고 있는 경쟁자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금 적립에도 지난해 7721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 예보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은 물론 보험업계까지 얽힌 사안인 만큼 신중히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업권의 예보료를 낮출 경우 타 업권으로까지 인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는 연쇄효과를 우려해서다.

일관된 규제 일변도 정책은 '미취학 아동'의 옷을 성장과 관계없이 입히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저축은행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구역 규제를 받는 지방저축은행은 지역 경기에 따라 경영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어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당국에서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