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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세상돋보기] BMW, 남다른 발자국…“비 온뒤 땅이 굳는다”

수입차 답지 않은 재투자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회장, 화재사태 직접 사과하며 책임
외국계 기업 먹튀 및 대형로펌 뒤에 숨는 행태와 대조…BMW 한국서 외국계 기업 새로운 족적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등록 : 2019-03-19 00:00

BMW 화재 사태가 해를 넘기며 리콜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BWM그룹 코리아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수입차 업계에 남다른 의미를 던졌다.

BMW그룹 코리아는 외국계 기업들이 대체로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면 본사 CEO는 책임을 회피하고 대형 로펌 뒤에 숨어 비판 여론에 법적대응 논리만을 앞세웠던 것과는 달리 BWM는 김효준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위기관리 능력에 있어 수입차의 외국계 CEO와는 완전히 다른 면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 토종기업보다 더 재투자에 힘쓰며 수입차 업계의 문화를 이끌었던 BMW가 이번에는 위기 수습에 있어 수입차 업계에 큰 시사점을 남겼다.

특히 한국형 레몬법 도입에 있어서도 BWM는 발 빠른 모습을 보여줘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겪었던 아우디폭스바겐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다만 아직 마무리된 사안이 아님에 따라 책임을 끝까지 지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하는 숙제는 분명히 남아있다.

지난해 자동차업계는 한국지엠의 철수논란과 함께 BMW 화재 사고가 가장 큰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산업은행의 8000억원 규모의 자금투입 등이 결론 내려지며 철수논란이 일단락됐다.

올해들어 영업에 재시동을 걸고 있지만 판매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MW 화재 사태는 사회적인 포비아 현상을 낳기도 했다. 연일 화재사고가 보도되면서 관공서를 중심으로 주차장 이용도 제한됐다.

고객들의 소송이 이어지자 경찰은 지난해 8월 BMW그룹 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은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서 같은해 12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이 화재 원인으로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은 차량 설계 문제라고 판단했지만 BMW는 설계 결함에 대해 부인했다. 다만 BMW는 합동조사단의 리콜 지적은 받아들여 지난해 7월 520d 모델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 1차 조치 뒤 10월 118d 모델 등 52개 차종 6만5763대를 추가 리콜했다.

리콜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의 불안을 야기했던 직접적인 원인은 해결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이제 사건은 합동조사단과 BMW의 입장이 엇갈리는 결함 은폐 여부로 모아졌다. 이는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예정이다.

이번 사태로 BMW 판매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토막이 났고 올해 2월까지 그 추세가 이어졌다.

아직 사태가 확실한 마침표를 찍지 않은 만큼 BMW는 마무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BMW그룹 코리아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보여준 행보는 외국계 기업들이 대체로 한국에서 일이 벌어지면 보이는 행태와는 다른 모습이라 인상 깊다.

자동차업계만 보더라도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겪었던 아우디폭스바겐은 CEO의 사과도 없이 로펌 뒤에 숨었고 한국지엠 역시 김앤장을 앞세웠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까 CEO들이나 임원들은 비난 여론에 묵묵부답하기 일쑤였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배출가스 조작을 안했다고 잡아떼고, 재판에 넘겨진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사장은 건강상 이유로 독일로 날아간 뒤 재판에 한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피고 7명 중 한국인 한명만 재판을 받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본사 임원들은 책임을 회피한 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재판에 나와 고초를 겪는 억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재판이 끝나지 않은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해 초 영업을 재개하면서 보란 듯이 수입차 업계 수위로 올라서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이러한 외국계 업체들이 한국에서 보여주는 냉혈한 위기 매뉴얼과는 달리 BMW그룹 코리아는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의 화살에 김효준 회장이 전면에 나와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새로운 후임 CEO를 자리에 앉히고 회장으로 BMW그룹 코리아 경영에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기였지만 김 회장은 기자회견에 이어 국회에서 머리를 숙였다.

김 회장은 수입차 1세대 토종 한국 사람이다. BMW가 수입차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수입차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김 회장을 제외하고는 할 말이 별로 없을 정도다.

수입차는 물론 완성차도 엄두를 내기 힘든 BMW 드라이빙센터를 영종도에 아시아 최초로 유치했다. 축구장 33개 크기인 24만㎡ 부지에 770억원을 투자했다. 연평균 20만명 이상이 방문하면서 자동차 문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2017년에는 13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안성에 부품물류센터를 건립했고 송도 BMW 콤플렉스에도 500억원을 투자했다. 2011년 미래재단을 설립해 지난해까지 286억원을 기부했다. 연구개발(R&D)에도 수백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BMW코리아의 지원을 받아 BMW본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1차 협력사는 28곳으로 2009년부터 2029년까지 27조3000억원을 수주하기도 했다.

BMW그룹 코리아는 국내에서 번 돈을 한국에 재투자하는 모범을 수입차 업계에 보여줬다.

수입차 업체지만 한국 기업보다 더 활발하게 재투자를 단행하는 BMW그룹 코리아가 이번 사태로 이러한 일들이 인정받지 못하는데 대해 임직원들은 야속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를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길은 고객과 사회에 진정성을 다하는 것 밖에 없다는 사실을 BMW그룹 코리아 임직원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이번에도 증명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