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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 경감형 주담대…대출 규제 '사각지대'

주담대 역전현상 이어지지만…금리인상 정체기에 추가 인상 요인도 적어 '과효과' 우려
가계부채 규모, 질 악화…7월되면 추가 인하 혜택있어 리스크 없는 차주까지 몰릴 수도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3-18 14:09

▲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는 오르고 고정금리는 떨어지는 '주담대 역전현상'에 늘어나는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가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사각지대로 전락할까 우려된다.ⓒ연합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는 오르고 고정금리는 떨어지는 '주담대 역전현상'에 늘어나는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가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사각지대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해당 대출은 금리상승기에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성 상품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 중단 신호를 보인 만큼 앞으로의 금리인상 요인이 줄어든 상황에 대출 부담에 대한 안전장치까지 마련되면 오히려 대출을 부추겨 가계부채 질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출 월 상환액을 고정하거나 대출금리 상승폭을 제한하는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가 국내 15개 은행에서 동시 판매된다.

이 대출은 지난해 연준의 긴축통화정책(금리인상 선호)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면서 늘어난 대출자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연준이 통화정책에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연이은 인상에 따른 전반적인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이 최근 금리인상 중단 신호를 켠 만큼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시장금리도 점차 가라앉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연준이 연내 세 차례, 적어도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애초 전망은 오는 9월 딱 한번 인상 후에 금리인상 정책은 끝날 것이란 전망으로 바뀌었다.

앞서, 연준은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발표 성명에서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이라는 금리정책 문구를 삭제했고, 제롬 파월 의장도 현재 기준금리에 대해 "FOMC가 평가하는 중립금리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혀 향후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가 줄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력도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수 있는 우려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출자들의 부담을 추가로 완화시킬 수 있는 금리인상 경감형 주담대 상품은 차주들에게 리스크 경감보다는 대출을 부추기는 효과만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출시된 대출은 향후 10년간 월상환액을 고정해 유지하는 월상환고정형 주담대와 대출금리의 최대 상승폭을 향후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2종으로 출시됐는데, 해당 상품은 특별한 자격이나 조건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 기존 대출에서 갈아타거나 부담없이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중 월상환액 고정형 주담대는 10년간 상환액을 고정하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상환액이 증가할 경우 원금상환액을 줄여 월상환액을 유지하고, 잔여원금은 만기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원금 3억원, 금리 3.5%인 차주를 기준으로 1년 후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일반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 월 상환액이 약 17만원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경감형 주담대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 격으로 사용해 오는 7월 코픽스가 개편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관련 대출 수요 증가도 일찌감치 전망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22일 잔액기준 코픽스 산출에 요구불예금 등을 넣어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를 만들기로 했다.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는 7월부터 시행되며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를 적용하면 주담대 변동금리는 0.23%포인트 내려가는 걸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1500조원을 넘어선 국내 가계부채는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에도 국내 소득보다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대출은 결국 가계와 한국 경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더한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9%로 BIS 통계 기준 세계 43개국 중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 0.9%포인트 상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중국(1.2%포인트)에 이어 2위에 자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대출자들이 대부업, 사금융으로 밀리는 현상도 발생하면서 가계 부채 질을 떨어트리고 있는데, 이처럼 대출자의 부담을 과도하게 덜어주는 상품 출시는 가계부채 규모를 더 키우고 질까지 추가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통상 고정금리 대출보다 비교적 낮은 변동형 대출이 금리인상기에 더 높아져 차주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에 꼭 필요한 상품이지만, 금리상승 정체기에 코픽스 개편으로 추가 금리인하 혜택이 예상되는 만큼 금리인상 리스크와 관계 없는 차주까지 가입하는 대출 급증 현상을 방지하는 후속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