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9년 03월 21일 17:22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최종구 금융위원장 "감당 어려운 빚, 빌려준 사람도 책임"

금융 규율체계에 '소비자 보호' 시각 강화
올 상반기 중 불법사금융 종합 대책 마련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9-02-14 19:43

▲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관 제19회 '2019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EBN

"차주 소득수준으로 감당이 어려운 빚에 대해서는 빌려준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시각을 우리 규율체계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관 제19회 '2019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한 부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은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규율체계를 계속 정비해 나가야 한다"며 "문제는 마땅히 있어야할 규율에 공백이 있었던 것이고 앞으로는 균형된 시각에서 새로운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대출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어려워 불완전 판매의 소지가 높으며, 대출 상품은 상환, 회수, 추심 등 상품 판매 이후의 단계에서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다 두터운 보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채무자는 먹고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써야 하지만, 채권자 입장에선 그 돈마저 줄여서 갚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채권추심은 많은 경우 잔혹성과 잔인성을 띌 수밖에 없고, 대출 연체에 따라 대출·채무자가 권력적인 주종관계로 바뀌기 시작하면 채무자는 심리·인격적인 파멸을 겪게 된다"고 했다.

이어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개인채무조정제도는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지만 금융기관의 실무적 행태는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다"며 "채무자 재기를 고민하기보다 여전히 회수에 주력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많이 회수할 것이냐를 강구하다가 추심을 위탁하고 채권을 매각하고 여러 번 매각·위탁될수록 채권추심행위는 더 가혹해져간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신규대출로 회사 수익창출은 도움 될 수 있지만 고객이 어려워졌다고 등을 돌리는 것은 쉽게 해서 될 일인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체 발생, 기한이익 상실, 상각, 매각, 소멸시효 연장과 완성 등 연체이후 발생하는 일련의 절차를 소비자 보호 시각에서 다시 살펴보겠다는 게 최 위원장의 의지다.

최 위원장은 "현재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 피해를 본 채무자로부터 신고를 받아 검찰에 고발하는 소극적 역할에 그치고 있고, 당국의 감독영역 역시 감독당국으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은 금융기관에 한정돼 있어 불법사금융자에 대한 조사와 조치는 할 수 없다"며 "금융당국을 포함해 정부가 불법사금융 피해자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는 대출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는 데 따라 차주들이 규율의 사각지대인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종합 대책을 올 상반기 중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불법사금융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는 대출모집·광고 절차에서부터 불법사금융업자에 대한 처벌강화까지 다방면에 걸친 대책을 동시에 마련·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여러 부처·기관에 걸쳐 있는 주제인 만큼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새로운 특별한 권한과 절차를 신설하기 어렵다면 현재 도입돼 있는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활용해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위해 금융당국이 대리인 역할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공정채권추심법에 근거, 채무자가 대리인을 지정하는 경우 지정된 대리인이 채권자의 추심행위 일체를 대신 받으며 대리인을 통하지 않은 추심행위 일체를 제한하는 제도다.

최 위원장은 "채권자 몫을 덜어 채무자에게로 이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가 함께 최적의 채무조정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대출계약 당시의 협력적 관계를 복원하는 데 채무조정의 목적이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기조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정최고금리 인하 시점을 묻는 질의에 "지난 번 인하와 함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차주가 어느 정도 되는지 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며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