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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업계, 금융당국발 시장재편 본격화

금융당국, 일정 규모·역량 갖춰야 상장사 외부감사 허용
업계, 감사인지정제·표준감사시간제로 회계투명성 제고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1-31 14:14

금융당국이 상장사에 대한 외부감사인 등록요건을 규정함에 따라 회계업계의 이합집산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춘 회계법인에 한해 상장사 감사에 나설 수 있게 됨에 따라 감사품질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으나 표준감사시간제 확립 등 남은 과제들도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안에서 상장사 외부감사인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공인회계사를 40명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대표이사, 품질관리업무 담당자에 대한 경력요건·업무내용 등에 대해서도 규정됐다.

상장사 감사에 나서는 회계법인들은 감사품질관리의 효과성·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사, 자금, 품질관리 등을 통합관리하기 위한 조직·내규·전산 등의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감사업무 담당자의 독립성·전문성 확보, 감사투입시간 측정, 감사조서 관리 등에 대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올해 11월 1일 이후 시작되는 사업연도부터는 이와 같은 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등록한 회계법인만 상장회사 외부감사가 허용된다.

금융위는 오는 5월 1일부터 등록신청을 접수하고 금감원 심사를 거쳐 4개월 이내에 등록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회계업계에서는 상장사 외부감사에 대한 진입장벽이 마련됨에 따라 시장의 판도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이미 금융당국이 정한 등록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조직력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외부감사인에 대해 일정 규모와 수준을 요구함으로써 전반적인 감사품질의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규정안은 그동안 기준이 없어 채 20명도 되지 않는 공인회계사를 보유한 회계법인도 영업력을 무기로 상장사 외부감사에 나서는 등 부작용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감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회계법인이 영업력보다는 감사품질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상장회사 외부감사인에 대한 등록요건이 실질적으로 유지되는지 점검하고 상장회사 외부감사인은 경영·감사품질관리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발생할 경우 수시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감사를 받는 기업이 조직적으로 숨기거나 은폐에 나설 경우 이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으며 외부감사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기업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감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감사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회계투명성을 보장하고 기업의 가치와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 기업이 숨기고 있는 것까지 조사해서 밝혀내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내부감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이를 바탕으로 한 외부감사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외부감사인을 자유선임제로 하면서 기업 경영진이 원하거나 친분이 있는 회계법인 및 감사인을 선임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제도 하에서는 감사 중 중대한 사실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당국에 보고하는 순간 거래관계 뿐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포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유선임제가 아닌 감사인지정제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외부감사법 강화와 함께 표준감사시간제의 도입도 조속히 이뤄져야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국내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다며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회계업계는 충분한 감사시간 보장 및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 최소한의 감사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상장사들은 회계비용이 더 늘어나는 이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 투명성 제고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조속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가 1% 높아질 경우 상장사들의 시총은 16조원 늘어나게 된다"며 "반면 상장사들의 감사비용을 100% 늘린다고 해도 늘어나는 비용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늘어나는 기업가치의 2%에도 못 미치는 비용을 들여서 이를 이뤄낼 수 있다면 국내 상장사들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며 "기업 성장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감사품질의 향상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